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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 악마 왔어요
작가 : 백지백
작품등록일 : 202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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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빛나는 돌고래
작성일 : 22-02-20     조회 : 310     추천 : 1     분량 : 2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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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빛나는 돌고래

 .

 .

 .

 서연재가 나한테 고백을 한 후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지난 일주일 간은 너무 삐걱거렸던 점이 부끄러워 생략하도록 하겠다.

 다만 한 줄로 나타내자면 나는 아직까지도 북과 장구를 동시에 쳐 대는 중이다.

 서연재하고 백대빈 몫까지 자처해서.

 

 "예현아."

 "으... 응?"

 

 청소를 하다가 뒤에서 서연재 목소리가 들려와 나는 빠르게 얼어붙었다. 서연재는 소파에 걸터앉아 신문에서 눈을 떼지도 않은 채로 나를 불렀건만, 서연재 목소리가 들렸다고 혼자 의식해서 덜컹거리는 내 모습이 영 그래 괜스레 화가 났다.

 

 '그래, 서연재. 사람 쳐다도 안 본다 이거지? 너는 뭐, 신문물하고는 인연이 영 아닌 것 같다 했으면서 신문은 그렇게나 좋나 봐?"

 

 "너는... 개학이 언제였었지?"

 

 헐. 맞다. 사실상 가장 중요한 문제였는데 그동안 정말 하얗고 까맣게 까먹고 있었다.

 천사와 악마와 같이 살게 된 이야기는 내 망각 속에서도 충분히 가산점이 되었지만 선생님께 말할 수는 없었다.

 가뜩이나 전학생인데 예쁘게 잘 보여야지.

 

 "어... 곧 갈 것 같아."

 "아, 그렇구나."

 

 답을 해줬는데 그렇구나? 답이 이게 끝이야? 끝이라고?

 

 "아마... 다음 주?"

 

 서연재의 시선을 내 쪽으로 돌리기 위해 꺼낸 말이었지만 그 뒷받침을 위해 달력을 찾아본 나는 경악을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8월... 24일... 월요일."

 

 8월 24일이면 내일이잖아!?!?!?

 

 /

 

 "우와! 내일 개학이라고? 그래서 예현이가 쇼핑 메이트로 나를 선택해 준 거야?"

 "뭐라는 거야? 네가 나를 졸졸 쫓아왔잖아."

 "그래도...! 네가 연재는 안 데리고 나갔잖아."

 "... 어, 연재는 바쁠 거 같아서."

 "엥? 걔 백수인데?"

 " ... 몰라. 신문한테 무슨 사연이 있나 봐, 세 시간째 그것만 읽던데."

 "아하~!"

 

 멀티가 잘 되는 성격 탓에 공부는 혼란 속에서도 나쁘지 않게 했다. 여차해도 백대빈을 부르면 되고...

 다만 준비물을 챙기는 건 예외지, 내가 얼마나 철저한 사람인데.

 

 "예현아, 이 샤프는 어때? 색깔 정말 화려하고 예쁘지 않아??"

 "난 샤프 안 써."

 "엥... 왜?"

 "쓸 때마다 뚝, 하고 부러지는 게 너무 싫어서. 난 유연하고 부드러운 게 좋거든."

 "그거 혹시 나야?"

 "미쳤어!?!?"

 

 맞다, 얘도 나 좋아하지.

 내 입으로 말하니까 엄청나게 재수 없긴 한데, 서연재만 신경 쓰다가 백대빈도 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잊을 뻔했다.

 저 뻔뻔한 얼굴은 뭔데!!! 누가 쫓아오든 신경을 각별히 기울여 쫓아낼걸...

 

 "아니, 그거 너 아니야."

 "왜애? 나 되게 부드러운데.... 그동안 너한테 아니꼽게 군 거는 너 좋아해서 그랬던 거고... 더군다나 서연재가 통수 쳐서 나 정식으로 고백도 못 했는데...... 이런 귀여운 어필이라도 하게 해주라~!"

 "하나도 안 귀여웠어."

 "웅... 우리 예현이는 어째 나 처음 만났을 때보다 지금이 더 차가운 것 같아."

 "처음 만났을 때는 너를 몰랐으니까 경계한 거고, 지금은 내가 너를 아니까 더 경계하는 거야."

 "히잉."

 "가자."

 "어딜?!?! 이제 진짜 데이트?"

 "전혀. 집으로."

 "히잉."

 

 백대빈이 오랜만에 단둘이 어쩌고를 시전하다가 먹히지 않자 화제를 돌렸다.

 

 "그럼 셋은 어때?"

 "뭐?"

 

 화제 참 잘 돌렸네.

 

 "원래 인원수가 늘어날수록 놀이는 재미있잖아, 이 공식이 너에게도 적용됐으면 좋겠어."

 "우와, 멋진 말이네. 그래서 결국 뭘 하자는 거야?"

 "음~. 그냥 게임?"

 "뭐?"

 "네가 연재를 믿는 마음의 반절만큼만, 나에게 보태서 나를 믿어주라."

 

 고민을 하던 도중 휴대폰을 보니 휴대폰 액정 가득히 뜬 알림은 시시했고, 알림 위로 걸쳐진 시간은 예정된 쇼핑이 끝날 시간보다 조금 더 한적했다.

 

 "... 별로 안 걸릴 거야. 금방 집 가게 해줄게."

 "그럼 그러자."

 "응!?"

 "너 하고 싶은 대로 하자니까? 왜 눈이 동그래져."

 "아니... 신기해서 그래. 내 말을 들어줘서... 놀랐는데... 좋아."

 "나의 시간을 너에게 조금 줄게. 지금부터 30분간은 너 끌리는 대로 해."

 

 /

 

 분침이 흔들렸다. 그 속도가 제가 알고 자란 것보다 더 빠른 것 같아서, 연재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예현이는 왜 안 오는 거지?

 

 좋아하는 사람과 다른 남자가 나란히 밖을 나갔다. 그런 둘을 보내놓고 편안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연재는 손톱을 잘근 씹고서는 빛바랜 신문의 다음 장을 넘겼다.

 

 신문에도 천사가 고등학교를 입학하는 법은 없네.

 눈의 희생을 감내하고 휴대폰을 써야 하나?

 내가 고등학교에 다니는 건 영 주책이겠지, 보고 싶은데.

 

 /

 

 "이게 뭐야."

 "짠~! 공부밖에 모르는 예현이는 게임방도 처음이지?"

 "여기는 게임방이 아니고, 문구점이야."

 

 인간계를 안다 해도 실제로 이곳에 와서 먹은 나이는 개월 차니, 그 미숙한 면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신이 나 귀까지 빨개진 악마를 조금 타이르려다가 그냥 말았다.

 문구점 앞 뽑기 기계가 쟤한테 게임방으로 불리든 말든 나랑은 상관이 없지.

 

 "예현아, 내가 이거 뽑아줄게. 소파에 누워있을 애 것까지 총 세 개!"

 "연재 앉아 있을걸."

 " ...... 내가 세 개를 뽑으면 우리는 더 즐거워지겠지?"

 

 그 애가 가리킨 것은 열쇠고리였다.

 돌고래, 그 옆에 사막 여우, 한참 옆에 강아지.

 파아란 돌고래가 하이얀 바다를 움키는 모양은 연재를 몹시나도 닮아서 나는 흥미가 생겼다.

 

 "그래. 즐거워질 거야."

 "진짜!? 진짜지!?"

 "응. 뽑아봐."

 "뭐 가지고 싶어!???? 말만 해."

 

 그 말에 잠시 두 동물 사이로 눈길이 멈췄다.

 

 "나는..."

 "내가 꼭 뽑아줄게!!"

 "...... 돌고래."

 "돌고래?? 알겠어!!"

 "별 뜻은 없어야 되는데. 그냥... 그냥 그렇잖아. 너무 빛나서... 다른 이유는 없어."

 

 나는 서연재를 존경하니까.

 나는 돌고래를 동경하니까.

작가의 말
 

 백지백 : 여러분이 좋아하는 동물은 뭔가요?

 태현 : 또 물보라를 일으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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