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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 악마 왔어요
작가 : 백지백
작품등록일 : 202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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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이상한 오해
작성일 : 22-02-14     조회 : 279     추천 : 1     분량 : 3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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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이상한 오해

 .

 .

 .

 터벅, 터벅.

 

 천사님이 사람을 이상하게 만든다.

 요 근래의 천사님은, 내가 드리는 존경보다도 더욱 짙어지는 관계로 보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백대빈도 나랑 친해지고 싶다고 하고, 천사님은 자신이 이성으로 보이냐고 하고...

 둘이 좋아하는 건 맞는 것 같은데.

 그럼 누구를?

 

 내가...

 설마 내가 엮어주기를 바라는 건가?

 그러면, 지금 둘이 서로를 좋아하는 건가?

 그래서 싸우다가도 같은 방을 쓰고 싶어 하고, 천사님은 얼굴이 매일 빨개져서 허구한 날 매일 백대빈만 찾아대고.

 

 나는 귀찮은 게 정말 싫다.

 따라서 누군가를 엮어준다는 건 딱 질색이다.

 ... 근데 천사님 눈빛은 되게 간절해 보였는데...

 

 "저... 천사님."

 "응?"

 "...... 그..."

 "응! 말해도 돼."

 "아, 아니에요."

 

 역시 사랑이어주기는 내 적성에 맞지 않는다.

 두 분께 죄송하지만 나는 묵묵히 응원이나 하자... 둘의 사랑을.

 .

 .

 .

 "우리 왔다."

 "예현아, 잠깐이지만 없으니까 보고 싶었어! 오면서 서연재가 너한테 잔소리는 안 했지?"

 "아, 네. 저는 딱히 막 보고 싶지는 않았어요. 천사님이 잔소리 한 적도 없고요."

 "그래? 걔 나한테는 맨날 하는데. 눈도 막 완~ 전~ 치켜뜨고."

 "뭐라는 거야 넌 또, 나 그런 적 없어."

 

 뭐야... 지금 자기는 천사님의 잔소리 받는다고 자랑하는 건가.

 그래, 부럽네.

 처음에는 던져놓고도 무리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갈수록 확신이 든다.

 

 "어...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두 분 오붓하게 꿀잠 자세요. 서로 떨어지지는 마시고 곁에 딱 붙어서요."

 "어, 너도 자라."

 "잘 자, 예현아."

 

 나는 은근히 뿌듯해하며 잠에 들었다.

 

 /

 

 "야, 서연재. 예현이가 원래 자기 전에 우리 보고 오붓하게 자라 했나?"

 "아니? 그냥 좋은 꿈 꾸라고 한 적은 있었지?"

 "그렇지? 근데 우리 보고 오붓하게 자라고 하고 떨어지지 말라고 왜 해."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예현이가 더 다정해졌으니까 그렇게 하라는 게 아닐까."

 "네가 말실수 한 거라는 생각은 염두에 안 두는 거야?"

 "그런 적 없어."

 "... 어필은?"

 "아...... 아까 했어."

 

 "서연재 드디어 인정하네~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어필이나 하고 다니는 천사는 아니잖아, 그렇지?"

 "음... 아니, 차근차근 인정해 볼 거야, 그 애가 눈치채기 전에."

 "근데 이미 눈치챈 것 같은데~? 그렇지 않고서 걔 입에서 우리끼리 곁에 딱 붙어서 어쩌고 하는 말이 왜 나오냐?"

 "... 아니야, 네 말은 그 애가 이미 알아채고서 날 거절... 하려고 그 말을 한 거라는 뜻이잖아."

 "응 그거 맞을걸."

 "... 지금 가서 오해 좀 풀어야 하나."

 "가서 뭘 하게? 나 너 좋아하는 거 맞는데 왜 하필 내가 자각하자마자 나를 눈치채서 거절하냐고 뭐라 하게?"

 "뭐라 안 할 거야."

 "... 됐다, 그냥 오늘은 자고 내일 말해. 일단 내가 먼저 깨면 우리가 오붓하게 잤다고 하면서 걔 감정 상태 좀 떠봐 볼 테니까 너는 그냥 입이나 좀 다물고 살아."

 "뭐래. 너나 조용히 해."

 

 /

 

 짹짹,

 

 새가 짖듯이 울어 아침을 깼지만 진실을 알게 된 나는 여간 상쾌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 지난번에 천사님이 백대빈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했을 때도 천사님은 백대빈을 좋아하고 있었던 거야.

 

 또 둘의 사랑 기류를 찾아봐야지.

 은근 재밌네 이거?

 

 끼익,

 

 어? 백대빈이 먼저 거실에 나와있다.

 설마 먼저 얘기를 꺼낸다거나... 하지는 않겠지?

 

 "예현..."

 "저기..."

 "응? 아니야, 너 먼저 말해."

 "아뇨, 딱 봐도 할 말 많아 보이시니까 먼저 말하세요."

 "어... 그러니까 그게... 네가 어제 나랑 연재 보고 오붓하게 자라고 했잖아."

 

 헉, 진짜?

 진짜로 이 말을 꺼낸다고?

 

 "네? 네."

 "응... 우리 엄청, 아니 엄청은 아니지만 오붓하게 잘 잤어..."

 

 역시! 맞았나 보다.

 조금 아쉽네.

 

 "저 그럼, 진짜로..."

 "근데 너는, 연재 어떻게 생각해?"

 

 응? 지금 자기 애인 견제하는 거야?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아무 감정도... 아무 감정도... 없으니까?

 

 "... 수상하지 않아? 요즘 너한테 하는 행동 보면 말이야."

 "네, 많이 수상해요. 뭐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그렇기야 하겠지만..."

 "어??? 음... 누구를 좋아한다고 생각해?"

 

 아,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해도 되나.

 쌍방이니까 상관 없구나?

 

 "너요."

 "... 어?"

 "내가 보기에는 천사님이 그쪽, 아니 악마, 아니 너 좋아하는 거 같던데... 왜 이걸 묻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쪽도 마찬가지인 거 같으니까 일단 축하... 드려요. 둘이 잘해보라고요."

 "뭐?"

 "그러니까, 그쪽 혼자만 짝사랑하는 게 아닌 것 같다는 말이었어요. 도움 필요하면 말해요, 제가 안 귀찮을 선에서 도와드릴게요. 전 그렇고 그런 사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니까 너무 걱정 마시고."

 "잠깐만, 너 지금 무슨 얘기를 하는 거야?"

 "? 응원한다고요."

 "야, 김예현... 하하, 너 진짜 웃기다? 내가 서연재를 좋아하고 서연재가 나를 좋아한다고? 무슨 그게 세상에서 제일 끔찍한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이게 아닌가...?

 

 "잘 들어, 우리... 아니, 나랑 서연재는, 같은 여자애를 좋아해. 절대 서로가 아니라고."

 "아??? 헐, 죄송해요."

 

 뭐야. 진짜 쪽팔려.

 나는 백대빈 앞에서 거의 처음으로 얼굴을 붉혔다.

 

 "알겠지?"

 "네, 괜한 오해를 했네요. 그러면은... 그래도 응원은 해드릴 테니까 그분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셋이 예쁜 사랑 하세요. 파이팅!!!"

 "저기... 아니 잠깐만, 응원을 왜 해!"

 

 /

 

 하아,

 진짜 내가 요새 들어 미쳤지.

 그러니까 일생에 부린 적이 없는 오지랖을 왜 부려. 쓸데없이 나서서 도와준다는 둥, 축하한다는 둥... 저런 말은 왜 지껄여.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잖아!

 

 '그냥 잠자코 백대빈 말이나 들을걸.'

 하고 자책이 파도처럼 밀려오다가도,

 여기에 없는 다른 여자 좋아하는 거면 나한테 굳이 이성으로 잘 보이냐는지 체크하면서 엮어달라 할 필요도 없지 않아??!!

 천사님, 내 손은 또 왜 잡은 건데. 감사 인사는 왜 그렇게 예쁘게 하는데.

 천사님 그렇게 안 봤는데... 참, 누가 보면 그게 난 줄 알겠네. 그렇게 살지 마세요!!!

 라고 억울함이 솟아났다.

 

 ... 그래도 제멋대로 착각한 건은 사과해야겠지?

 멀쩡한 사람을 백대빈과 이어주려 했으니까...

 분노와 민망과 쓸쓸함이 사람을 엎고 덮었다.

 천사님이 남자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몇 시간 전 착각보다, 타이밍 좋은 에어컨의 강풍보다, 조금 전 내가 한 말들이 한 움큼 더 시려워서... 나는 그렇게 한참 동안 사과를 고민했다.

작가의 말
 

 백지백 : D-14

 태현 : 날이 따뜻하길래 오랜만에 숏패딩을 꺼내 입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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