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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 악마 왔어요
작가 : 백지백
작품등록일 : 202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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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백대빈의 마지막
작성일 : 22-02-27     조회 : 268     추천 : 0     분량 : 2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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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 백대빈의 마지막

 .

 .

 .

 "어... 이제 들어갈까?"

 "응, 네 말대로 하자."

 

 철컥.

 

 집 밖으로는 녹슨 현관문의 쇳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집 안은 조용했다.

 

 "걔는 없나 보다. 그렇지."

 "어, 그러게. 아주 오랫동안 혼자 있고 싶나 봐."

 "... 너무 걱정하지는 마. 분명 너를 생각해서 지금은 돌아올 거야."

 "아니야, 나를 생각하는 걸 바라지 않을뿐더러 혼자 있을 만해."

 

 꼼지락,

 

 작은 소리가 들렸고 그와 동시에 문 틈새로 희미하게 켜져 있는 방의 불도 보였다.

 

 "우와, 아주 밤까지 뭘 했길래 이제 왔냐?"

 

 백대빈 입술이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김예현, 나랑 얘기 좀 하자. 잠깐이면 돼. 방으로 와줘 봐."

 

 아니야. 이미 다 끝난 거 아닐까?

 이런 식으로 백대빈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

 백대빈과의 단둘은 몹시 텁텁했지만, 그래도 끝의 끝까지 제대로 내야 아무도 날 서리지 않을 것 같았다.

 

 "어... 연재..., 야."

 "...... 응."

 "네 선택을 받아들일게. 내가 쟤랑 있는 게 불편하면 그냥 여기서 너랑 할 말 없으니까 가라고 이야기할게."

 "있잖아 예현아, 나는 너를 정말 좋아해."

 

 아니, 갑자기 여기서 고백을 왜 하는거야.

 사람 심장 아프게.

 

 "그래서 나는 너를 많이 믿어."

 "..."

 "잘 마무리 하고 와, 진짜로... 좋아해, 예현아."

 "응, 알겠어... 근데 나도 그런 것 같아."

 .

 .

 .

 

 "..."

 "..."

 

 어색한 침묵을 행하던 중, 내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본론. 얘기해."

 "참 한결같네? 본론 추구하는 우리 김... 아니다. 우리는 아닐 테고, 그래서 김예현 너는 뭐 성공했냐?"

 "뭐, 고백? 연애?"

 "어, 그거 둘 다 묻는 거야."

 "... 어."

 

 쟤는 도대체 나에게 무슨 대답을 원하는 거지?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불안하게...

 

 "잘 된 거네, 일단은 축하해."

 "응."

 "... 근데 있잖아, 나는 진짜 안되겠어?"

 "뭐?"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약간 예상했었고 약간 예상을 벗어났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안되겠어? 나도 자존심이 있어. 근데 너라서 모든 걸 다 포기할 수 있는 거야. 처음에는 진짜 예뻐서 그랬고 그만큼 가벼운 마음이었는데 이제는 아니야. 소유욕도 아니고 서연재한테 드는 열등감 때문에 너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야. 나는 진짜로 너를..."

 "... 그런 말 할 거면 듣지 않을게."

 

 미안한 거랑 선 긋는 거는 별개야.

 우리는 평생 어떤 감정을 가져서도 안되고 경계를 안 해서도 안 되는 관계야.

 

 백대빈이 고개를 추욱 늘어뜨렸다.

 

 "백대빈, 내가 연재랑 연애를 한다는 건 더 이상 네가 나에게 구애하면 안 된다는 뜻이야."

 "... 알겠어, 미안해. 내가 미안. 그러면 그냥 한 가지만 묻자.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너는 나를 어떻게 생각했어?"

 "그냥 알 수 없고 믿기 힘든 악마."

 "너는... 그게 끝이었구나."

 "그래도 두려움에서 우정까지는 얼추 된 것 같아."

 "나는 너한테서 단 한 번도 우정을 원한 적이 없었어."

 "그래."

 

 그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우울이 벽에 부딪혔다가 다시 나에게로 와서 튕겼다.

 

 "나 가기 전에 부탁 한 개만 할게."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걸까?"

 "응, 그냥 나 한 번만 세게 안아주라."

 "그건 안될 것 같아."

 "제발, 부탁이야. 나 너에게 처음 부탁하는 거야. 마지막일 거고."

 

 이건 진짜 아니야.

 진짜 아니야.

 

 "그만해 대빈아. 나는 연재를 좋아하고 연재는 나를 믿어, 너는 연재한테 미안하지도 않아?"

 "꼭 사심 때문만이 아니야. 서연재가 앞에 있었어도 이 말은 꼭 했을거야. 지금 헤어지면 다시 못 볼것도 맞고, 친구 하고 싶었던 것도 맞아. 수능 때 주려고 했던 지혜... 그것도 지금 안으면서 너에게 전달할게."

 .

 .

 .

 "백대빈."

 "응."

 "앞으로는 네 사심으로 행동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 네가 마구 낸 욕심이 나한테는 평생 양심의 가책으로 남을 거라는 걸 잘 생각하고."

 "... 응."

 

 꼬옥,

 백대빈의 목 밑으로 내 정수리가 살짝 닿았다.

 

 "... 잘 있어라, 좋아해."

 

 그 뒷말이 다소 껄끄러웠기에 화들짝 몸을 비틀어 그의 포옹을 제지했다.

 

 "이제 진짜 끝내자. 다시는 이러지 말고. 잘 가."

 "... 그동안 정말 행복했었어, 김예현."

 

 정말 행복했을 것까지야.

 내가 얘를 잘 대한 적이 있었나?

 아니야. 그냥 인사가 너무 길다.

 말은 그렇게 해도 연재가 많이 신경 쓰고 있으면 어떡하지?

 나는 힐끗힐끗 열린 방문 틈을 쳐다보았다.

 연재도 지금 나를 보고 있을까?

 

 "... 그럼 짐 싸서 내일 아침에 나갈게."

 "어."

 

 대빈이는 살짝 열려 있던 방문을 완전히 열어젖히고서는, 연재에게 다가갔다.

 

 '연재한테 무슨 짓을 하려고...? 내가 안아줬다는 걸 얘기하려고? 아니면...'

 

 "잘 지내라."

 

 백대빈은 체념한 듯 연재를 바라보며 말했고, 연재는 아주 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쫓기느라 고생했어, 앞으로도 너를 쫓아야 하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줄일게."

 "응, 네가 나 좋아하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자제해 봐."

 "응? 죽여달라고?"

 "하여간 포악해. 그래도 너 나 아끼는 건 맞잖아."

 

 그 둘이 대화를 하던 중 방에서 나가자 시선이 온통 내 쪽으로 쏠렸다.

 아. 문에서 삐걱대는 소리만 안 났어도.

 연재가 내 쪽으로 다가와 조용히 손을 쥐었다.

 와중에 기분 좋게 만들지 말라고.

 

 "... 그리고 나 이제 김예현 안 좋아해 볼게, 서연재 너한테 지고 포기하는 건 영 내 스타일이 아니지만 적어도 김예현 너는... 행복해야 하니까. 내가 한 말을 열심히 지켜볼 거야. 그동안 나 경계하느라 고생 많았다."

 "그렇게 애절하게 말해도 아이고 다시 같이 살자 어쩌고는 없어, 질투 많이 났거든."

 "응응. 그래. 알아. 우리가 뭐 다시 같이 살 사이겠냐."

 "지금이라도 알았으면 됐어, 자라."

 "어, 너희도 잘 자."

 

 /

 

 침대에 눕자 악마가 분주하게 짐을 싸는 소리가 벽을 관통했다.

 다만 나는 그 심란을 들으면서도 생각보다 빨리 잠에 들었다.

 파랗게 사랑을 하는 꿈을 꾸고서 내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도통 알 수 없고 믿기 힘들었던 악마는 떠나고 없었다.

 

작가의 말
 

 백지백 : 정말 슬픕니다

 태현 : 예현이는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응이라고 대답하고,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 어라고 대답하는 버릇을 지녔습니다. 그동안 제가 많이 노렸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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