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무협물
나철의 후예
작가 : 이돌
작품등록일 : 2018.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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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윗집 놈
작성일 : 18-11-06     조회 : 356     추천 : 1     분량 : 4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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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윗집 놈

 

 “띵똥, 띵똥!”

 

 나종운은 하늘색이 옅어져 회색빛이 도는 현관문 앞에서, 가슴 높이의 벨을 연달아 눌렀다. 망설이다가는 벨을 못 누를 수도 있다는 듯, 연달아 눌렀다. 계단실 벽의 페인트도 색이 바래 누런빛이 돌았다.

 

 “누구세요?”

 

 밝은 여자 목소리가 벨소리에 응답했다. 현관을 사이에 둔 김민지의 목소리는 밝았다.

 

 “나야, 문 열어!”

 

 종운은 문을 열라고 명령조로 대답했다. 허벅지를 꽉 죄는 청바지에 균형 잡힌 상체에 착 달라붙는 셔츠는 종운의 나이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셔츠에는 빨간 별과 하얀색 반달무늬가 불규칙한 조화를 이루며 박혀 있었다.

 

 “왜, 뭐 하러 왔어?”

 “그냥, 이사 왔다는데 와 봐야지.”

 

 민지의 퉁명스런 대꾸에, 종운은 덤덤하게 받았다. 그래야 문이 열릴 거 같았다. 종운의 검정 구두는 반짝였다. 검정구두와 종아리까지 꽉 달라붙은 청바지는 부조화였다. 오른 쪽 옆에는 두루마리 휴지가 비닐 박스로 서 있었다. 안에서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현관문이 열렸다.

 

 “안녕!”

 

 나 돌이 현관문을 열고 종운에게 반갑게 인사를 했다. 부석한 머리에 흰 티에 벽돌색 헐렁한 7부바지가 나 돌과 잘 어울렸다.

 

 “집에 있었네, 집들이 선물이다.”

 

 종운은 나 돌에게 화장지를 주었다. 민지는 머리를 수건으로 둘러 올렸다. 민지의 조그만 몸매를 검정 원피스가 감싸고 있었다. 민지는 150센티 초반의 키였다. 나 돌은 작은 키의 민지 옆에 서 있어 20대 남자치고는 작았지만, 작아 보이지 않았다.

 

 “필요없어, 꺼져!”

 

 민지가 휴지를 받는 나 돌과 현관문을 닫고 들어 선 종운에게 나가라고 외쳤다.

 

 “이년 만에 만난 아들 앞에서..... 얼굴만 보고 금방 갈 거니까.”

 

 종운이 나 돌을 보면서 민지의 말을 무시하고 목이 높은 구두를 벗었다.

 

 “그래 엄마, 제대하고 처음 보는 건데..... 충성! 병장 나돌 전역했습니다!”

 

 나 돌은 씩씩한 목소리로 거수경례를 했다. 종운은 경례를 내리라고 손을 저었다.

 

 “수고 많았다, 입대 할 때가 어제 같은데 벌써 제대야, 요즘 군대는 짧아도 너무 짧아,

  총은 쏠 줄 아니?”

 “아니, 운전병이라 핸들만 잡다 왔어.....”

 “제대 했으니 장가가야지.....”

 

 둘의 대화는 매일 만난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민지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언제부터 관심 있었다고, 빨랑 가!”

 

 민지가 종운의 팔을 잡아끌어 문을 향하게 했다. 나 돌이 민지의 팔을 잡아떼었다.

 

 “아빠랑 쫌만 있을게 엄마.....”

 

 나 돌이 민지에게 부탁조로 졸랐다. 민지는 잡은 손을 뿌리쳤다. 종운은 민지를 무시하고 소파에 두 발을 벌리고, 한 팔을 등받이 위에 올리고 앉았다.

 

 “너한테 아빠야? 나한테는 웬수니까 둘 다 나가!”

 “엄마.....”

 

 종운을 향해 고함을 치는 민지의 손을 잡으며, 나 돌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무조건 무조건이야 따따라라.....”

 

 종운의 핸드폰에서 요란한 노랫소리가 울렸다. 종운이 핸드폰의 배경 창을 보고 껐다.

 

 “뭔 전화야.....”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종운이 망설이다 받았다. 민지는 종운이 하는 걸 지켜보고 서 있고, 나 돌이 종운의 옆으로 앉았다.

 

 “이봐, 전활 왜 끓어?”

 “예, 누군데 반말을 하시고.....”

 “누군지 알고 전화 끊냐고 물었다, 빨리 차치워!”

 

 핸드폰 안에서는 화가 잔뜩 난 사내의 음성이 흘러 나왔다. 종운은 앞에 앉은 나 돌을 보면서 호기롭게 대답했다.

 

 “알았습니다, 치우지요!”

 

 통화를 마치고 핸드폰을 끄고 일어났다. 나 돌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따라 일어났다.

 

 “누군데?”

 “몰라, 여기 지정주차니?”

 “응, 그렇대나 봐, 우린 차가 없어서 주차장 신청을 안 했어.... 사납게 굴던데.....”

 “갖다 올게, 별 일 있겠어.....”

 

 종운은 나 돌을 보면서 호기롭게 웃으며, 현관을 향했다.

 

 “갖다 왜 와? 가!”

 

 민지가 앞을 지나가는 종운에게 누그러진 목소리로 가라고 했다.

 

 “금방 올게.....”

 

 종운은 민지의 얼굴 바로 앞에서 웃어 보이며, 나 돌에게 손을 흔들며 현관을 나섰다.

 민지는 현관을 닫고 나가는 종운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빨랑 빼!”

 “왜 반말을.....알겠습니다.....”

 

 종운을 기다리고 서 있는 사내는 키가 컸고, 상체가 근육으로 발달하여 말을 마주 던지기 거북스러웠다. 저절로 주눅이 들어 목소리가 움추러 들었다. 사내는 빨간 승용차 앞에 서 있었고, 종운의 하얀 차는 주차 구역 표시 안에 서 있었다. 종운이 고개를 숙이고 사내 앞을 지나 운전석 문을 열려고 하는데, 사내가 종운의 어깨를 돌려 세웠다.

 

 “왜 반말? 싸가지하고는.....”

 

 사내의 목소리는 두려움을 유발 했다. 종운은 한껏 공손한 자세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금방 빼겠습니다.”

 “뭘?”

 “예, 차를 금방 빼겠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이 자리에 주차하지 않겠습니다!”

 “그럼 다야?”

 

 사내는 종운의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가했다. 종운은 고개를 오므리며 고통스런 표정을 지었다. 사내는 종운의 얼굴에, 얼굴을 디밀었다.

 

 “너 땜에 비행기 놓쳤어, 어쩔래?”“예?”“비행기 시간을 놓쳤다고!”

 

 사내의 눈은 움푹 파였다. 광대뼈가 솟아 눈이 안으로 들어갔다. 코는 적당히 광대뼈보다 높아서 얼굴의 균형을 잡고 있었다. 굵직한 입술은 위아래로 두툼하여 광대뼈와 조화를 이루었다. 짧은 머리는 무스를 발라 뒤로 넘겨서 나이가 먹어 보였다. 목소리는 까랑까랑하여 어울림을 거부하고 있었다.

 

 “비행기를.....요?”

 

 종운은 잡힌 어깨에 전달되는 고통보다, 앞으로 겪게 될 고통의 무게감을 사내의 목소리로 느끼고 있었다. 빠져나갈 구멍이 생기지 않으면, 차를 버리고 도망이라도 치고 싶었다. 주차장은 5층 아파트 앞이라, 건물에서 나오는 불빛 덕분에 환했다.

 

 “차 키!”

 

 사내는 종운의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가하며, 한 손으로는 차 키를 달라고 종운의 눈앞에서 흔들었다. 종운은 얼른 주머니에서 차 키를 꺼내 사내의 손에 넘겨주었다. 뒤 생각은 뒤에 하고, 일단은 사내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야 했다. 차 키를 받은 사내는 운전석 문을 열었다. 사이드 브레이크를 중립으로 했다. 그리고 운전석 문을 닫았다.

 

 “밀어!”

 “예?”

 “밀라고!”

 “밀어요?”

 

 정남향을 향한 아파트 건물은 가로로 길게 섰다. 주차장도 아파트 건물과 같은 모양으로 길게 가로로 구획선이 그어져 있었다. 구획선을 두 줄로 해야, 한 대라도 더 주차 할 수 있었다. 주차장은 살짝 한쪽으로 기울어 사내의 명령대로 차를 앞으로 밀면, 쉽게 굴러가게 되어 있었다. 사내의 명령을 들으면, 앞차를 박게 되어 있었다. 종운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앞 차를 박겠는데요....”

 “천천히 밀어, 안 박게.”

 “어떻게..... 요.... 힘들겠는데요.....”

 

 종운은 왜 그래야 하느냐고 따질 엄두를 못내고, 사내에게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을 껌벅였다. 사내는 종운을 끌고 하얀 차 뒤에 세웠다.

 

 “하나, 셋에 안 밀면 귀 싸대기다!”

 “저 얼마..... 드리면 안 될까요?”

 “두,울!”

 “십 만원!”

 

 종운은 결단을 내리고, 십 만원을 크게 외쳤다. 세~엣! 사내의 목소리에 얼결에 외쳤다.

 

 “십 일 만원요!”

 “셋에 한 대라고 했지?”

 “십 일 만 오천원이요!”

 “짝!”

 

 종운의 머리에서 짝! 소리가 났다. 밤 9시였지만, 아파트 주차장에는 사람이 없었다. 누군가 보고 와서 말리지 않는다면, 사내의 폭력은 지속 될 것 같았다. 눈앞에 별이 번쩍이면서, 핑 돌았다. 사내는 종운의 얼굴에, 얼굴을 바짝 갖다 댔다.

 

 “내 경고 무시했다?”

 무시했다? 고 품어내는 입에서 술 냄새와 김치 냄새가 섞여 나와 코를 찔렀다.

 

 “그게 아니라..... 차가 망가지는 것 보다 싸게 먹 힐 것 같아서요. 쫌 더 드릴까요?”

 “이름 뭐야?”

 

 사내는 다짜고짜 이름을 물었다.

 

 “예? 이름은 나 종운입니다!”

 

 종운은 얼결에 크게 대답하며 자세를 바로 세웠다. 사내가 잘 했다고 종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종운의 머리끝이, 사내의 어깨와 선을 같이 했다. 사내의 가슴은 불룩했고, 어깨 밑 팔뚝 근육은 종운의 허벅지 굵기였다. 엉덩이는 불룩하게 뒤로 솟았다. 힘으로는 당할 자가 없어 보였다.

 

 “지금부터 나 빙신 이다! 알았냐?”

 “예.....”

 

 종운은 무슨 말인지를 생각하느라 대답을 흐렸다.

 

  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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