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싸움의 진수
“할아버지 살려 주세요, 우리 돌이 살려 주세요, 대길상 밀고 위장관료아.....”
종운이 애절하게 밀고를 읊었다. 수복이 마당에서 함께 큰소리로 외쳤다. 집 안에 밀고가 울려 퍼졌다. 요코도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웅얼거렸다.
“그만해라, 시끄럽다!”
나 철이 나 돌의 옆에 서서 종운에게 그만하라고 엄하게 외쳤다. 종운이 눈을 번쩍 뜨고 나 철을 보고 반색을 했다.
“할아버지...”
나 철이 누워있는 나 돌을 보고, 고개를 돌려 창살 안에 앉아있는 요코와 눈을 마주했다.
요코가 얼결에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요코가 놀란 표정으로 나 철을 보았다.
나 철이 요코와 시선을 마주하고 중얼거렸다.
“요놈이 고집 피울 만하네... 예뻐, 너무 예뻐..... 목숨을 걸고 보고 싶어 하더니만...”
“살려 주세요.”
요코가 나 철에게 사정조로 부탁했다.
“죽일 수는 없어 살려는 두었는데, 고집이 여간 아냐, 나랑 똑같아서 피곤해.”
“생긴 것도 닮았네요, 똑같아요.”“우리 손자 좋아?”“예, 깊은 관계입니다.”
요코의 대답에 나 철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후지산에 있는 절에 단기 개천을 두고 왔었는데, 그 후손인가 보구만?”
“예, 우리 할아버지께서 칸에이사 사찰에 계셨습니다, 단기개천의 주인을 찾아 주라고 하셨습니다, 나 돌이 그 주인이라 보여주기는 하였습니다.”
“내가 주인이지, 요놈은 버릇이 없어... 그래도 어쩌겠나,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얘를 통해 알았어, 잘 해라!”
요코와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던 나 철이, 느닷없이 종운에게 잘 하라고 일렀다.
“예, 우리 아들이 고집이 좀 많이 쎈 편이기는 합니다, 할아버지 닮아서 그런 줄은 몰랐습니다, 살려 주세요 할아버지...”
“어찌 죽이겠나, 처자가 예뻐서 걱정이구나... 얘가 정신 못 차릴 건데... 왜 갇혀 있나는 묻지 않겠다, 좋은 관계가 되기를 원한다.”
“나 돌을 사랑합니다.”
“얘도 그래, 그래서 걱정이지... 그만 간다!”
나 철은 간다는 말을 남기고 나 돌의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요코는 깜짝 놀랐다. 종운은 나 돌의 몸을 손으로 문질렀다. 요코가 창살 사이로 손을 내밀어 나 돌의 손목을 잡았다.
“맥이 돌아왔어요.”
“우리를 살려 주시오.”
“예? 저는 그럴 형편이 못 됩니다.”
“그렇게 믿겠소.”
종운이 나 돌의 얼굴을 두 손으로 살짝 두드렸다.
“돌이야 아빠야!”
나 돌이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종운과 눈을 마주하고 고개를 돌려 창살 안의 요코를 보았다. 나 돌이 창살의 자물통을 손으로 확인했다.
“요코, 내가 구해 줄게!”
“돌이야 엄마가 지하에 갇혀있어, 위험해!”
“엄마가? 요코가...”
“돌, 살아서 고마워... 변함없는 거지?”
요코가 다정하게 물었다.
“예, 저는 요코를 사랑해요, 요코만 생각하면 뜨거워져요.”
“나는 괜찮아, 돌이 있어서...”
“돌이야 엄마를 구해야지, 수복이가 구하러 갈 거니까, 보호해라!”
“수복이요?”
종운은 시간을 끌면 위험해 진다고 느꼈다. 수복에게 외쳤다.
“돌이가 일어났어, 엄마를 데려와!”
“예, 아버님, 형!”
수복이 환한 목소리로 돌이를 불렀다. 나 돌이 일어나 베란다에 섰다. 수복이 웃어 보이고 지하 앞에 서 있는 양복들을 공격했다. 양복들이 칼을 휘두르며 수복과 맞섰다. 시게이가 2층과 마당에 수복을 보면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벌렁코가 시게이에게 외쳤다.
“두 놈 다 죽이겠습니다.”“무슨 수로? 지하에 휘발유를 뿌려라!”
“예!”
벌렁코가 집 옆에 있는 창고로 뛰어갔다. 나 돌이 종운을 안고 마당에 뛰어 내려왔다. 수복이 지하로 들어가는 입구를 막고 있는 양복을 물리치고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에게 비명이 들렸다. 나 돌이 막아서는 양복들을 공격하며 지하 입구를 지켰다. 종운은 나 돌의 뒤에 붙어 있었다.
“돌, 돌이야!”
요코가 담담하고 은근한 목소리로 불렀다. 나 돌은 싸우면서 2층이 신경 쓰였다. 종운이 있어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벌렁코가 하얀 플라스틱 통을 두 개 들고 왔다. 양복이 받아 들었다. 그리고 플라스틱 통을 휘둘러 휘발유가 나 돌을 향해 날아갔다. 나 돌이 깜짝 놀라 종운을 안고 피했다.
“아빠, 조심해!”
“난 걱정마, 수복이 왜 안나오지...”
나 돌이 양복에게서 칼을 빼앗았다. 그리고 칼을 휘둘러 거리를 벌렸다. 시게이가 2층에서 휘발유를 나 돌을 향해 뿌렸다. 나 돌이 종운을 안고 담 쪽으로 피했다. 시게이가 지하로 휘발유를 한꺼번에 쏟았다.
“불을 붙여라!”
시게이가 플라스틱 통을 던지면서 외쳤다. 지하에서 마당까지 불이 삽시간에 번졌다. 나 돌이 양복들을 물리치며 지하 입구로 왔지만, 불이 심해 접근할 수가 없었다.
“형, 물!”
“돌이야, 돌아!”
민지가 간절하게 나 돌을 불렀다. 마당 귀퉁이에 수도가 있었다. 마침 호스도 옆에 있었다. 나 돌이 양복들을 물리치고 자리를 잡았다. 종운이 재빠르게 호스를 수도에 꼽았다. 굵은 호스에서 물이 쏟아졌다. 종운이 물을 뿌렸다. 나 돌이 양복들을 칼로 물리쳐도, 현관에서 양복들이 계속 들어왔다. 벌렁코가 외쳤다.
“죽여, 죽여도 좋다!”
양복들은 숫자를 믿고,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나 돌은 종운을 보호하느라 벽을 등지고 있었다. 종운은 호스를 지하로 향하게 하고 물을 뿌렸다.
“돌이야, 우리 살려 줘야지!”“형, 형엉....”
지하에게 절규가 들렸다. 종운이 참지 못하고 지하로 호스를 들고 내려가려고 시도를 했지만 불길이 뜨거웠다. 나 돌은 종운을 감싸며 양복들과 싸웠다.
“돌, 같이 가...”
2층에서 요코가 나 돌을 애절하게 불렀다. 나 돌은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요코의 목소리에는 가슴이 뜨거워졌다. 2층에 올라가고 싶었지만, 지하에 있는 수복과 민지가 급했다. 나 돌이 지하 입구의 벽을 발로 가격했다. 벽돌이 튕겨 나갔다. 지하 입구를 버티고 있는 벽돌 구조물을 발로 차서 무너트렸다.
“얍! 아자!”
나 돌이 기합을 지르며 구조물을 박살냈다. 벽돌이 깨지면서 사방으로 퍼졌다. 양복들 거리를 두고 구경만 하고 있었다. 2층의 시게이의 입이 벌어졌다.
“여보, 수복아!”
종운이 지하를 향해 외쳤다. 지하의 불길이 땅 위로 솟았다. 입구가 없어진 지하에서 불이 솟아 나왔다.
“나와, 입구가 없어졌으니 솟아오르기만 하면 된다고, 수복!”
종운이 밖의 상황을 지하에 알려 주었다. 나 돌은 양복들이 다시 몰려들자, 칼을 휘둘렀다.
“형!”
지하에서 수복이 민지를 안고 튀어 올랐다. 나 돌이 수복의 옆에 섰다. 종운이 급하게 나 돌의 뒤로 몸을 숨겼다. 양복들의 숫자가 점점 불어났다.
“먼저 가, 난 요코를 데리고 갈게.”
“돌이야, 우리는? 수복이가 우리 둘을 안고 갈 수 있겠냐?”“넌 엄마는 안중에도 없니?”
“그게 아니고..... 요코가....”
“다시 지하로 간다, 키워봐야 공도 모르고, 간다!”
민지가 나 돌이 싸우는 가운데로 나갔다. 나 돌이 깜짝 놀라서 민지를 뒤에서 잡았다. 민지가 놓으라고 몸부림쳤다. 칼이 민지의 팔뚝을 찔렀다. 민지의 팔뚝에서 피가 솟았다.
“윽! 놔, 나 죽을 거야, 아들 잘못 키워서 죽어 마땅하다고!”
민지는 팔뚝을 잡고, 나 돌의 품에서 나오려고 외쳤다. 나 돌은 민지의 팔뚝을 벤 양복의 목을 쳤다. 양복들 나 돌을 향해 벌떼처럼 덤볐다. 수복이 양복의 칼을 빼앗았다. 그리고 양복들의 목을 겨냥하고 휘둘렀다.
“가자, 돌이야!”
“난 안 간다고!”
‘알았어, 엄마!“
민지가 팔을 잡고 또 앞으로 나가려고 하자, 나 돌이 허리를 잡고 담 위로 뛰어올랐다. 수복이 양복들을 물리치고, 종운을 안고 담 위로 뛰어올랐다.
“요코, 다시 올게, 미안해요!”
“돌, 돌아!”
요코가 간절한 목소리로 불렀다. 시게이가 2층에서 외쳤다.
“도망가면 요코는 죽는다.”“더러운 놈!”
수복이 들고 있던 칼을 시게이를 향해 던졌다. 칼이 빠르게 날아가 유리창을 깨고 거실 벽에 박혔다. 시게이가 몸을 날려 칼을 피했다. 수복이 나 돌의 어깨를 밀었다. 나 돌이 2층을 보고 있다가 담에서 뛰어내렸다.
“놔, 요코 구하러 가라고, 난 죽을 거야!”
민지가 나 돌의 품에서 외쳤다. 수복이 옆에 내려섰다. 집 앞에 있던 양복들이 칼을 들고 몰려들었다. 종운이 외쳤다.
“돌이야 일단 가고 보자!”
“엄마, 안 그럴 거니까 제발 가만히만 있어, 가자!”
나 돌이 양복들을 공격하며 길을 만들고, 수복이 양복의 칼을 빼앗아 공격했다.
“나는 안 가, 못 간다고, 죽이라고 해, 억울해 못 살아!”
민지가 나 돌의 품에서 나오면서 외쳤다. 양복이 민지의 뒤에서 칼을 휘둘렀다.
29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