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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철의 후예
작가 : 이돌
작품등록일 : 2018.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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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부 단기개천
작성일 : 18-11-17     조회 : 366     추천 : 0     분량 : 4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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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단기 개천

 

 

 

 

 “예, 할아버지가 죽지 않았다고요?”“나철은 죽지 않았어, 보여 줄까?”

 

 요코는 일어나서 책장 제일 위에 칸에서 누런색으로 바랜 책을 가지고 왔다.

 

 첫 겉장에 ‘檀氣開天’이라는 (단기 개천) 한문이 적혀 있었다.

 

 “단기 개천이네요?”

 

 나 돌은 떠듬거리고 한문을 읽고, 물었다.

 

 “단군의 기운이 하늘을 열었다 라는 뜻이야, 천천히 읽어 봐, 난 다 읽으면 올게.”

 

 요코가 웃으며 일어났다. 나 돌은 한문은 자신 없다는 말을 하려다 참았다.

 

 "단군의 기운이 하늘을 열었다.....“

 

 요코가 해석한 한문 풀이를 중얼거리며, 책장을 넘겼다. 책은 구한말 한글로 적혀 있었다.

 

 나 철의 후예 보아라!

 

 보잘 것 없는 놈으로 태어나 오로지 조국의 독립을 위해 수양하고, 수양했다.

 조국이 위험에 처했을 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단기 개천을 남긴다.

 

 단기는 인간의 최고의 경지다.

 

 몸을 최상으로 쓸 수 있는 상태를 넘어서는 단계를 단기라고 한다.

 1916년 8월 15일(음력) 구월산 삼성사에서 단기를 이루었다. 제자들은 나 철이 승천하였다고 제를 올려 내 수양을 도왔다. 왜놈들의 대종교 탄압은 극에 달해, 단군을 모시는 것으로 조국의 해방을 추구하는 민족의 욕구를 모으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구월산에서 백두산으로 거처를 옮겼다.

 

 만주에서 무장 독립투쟁을 이끌던 백포 서일이 찾아왔다. 서일은 왜놈들을 총부리로 물리친 지도자였지만, 정신 수양에 조예가 깊었다. 서일은 만주에서의 무장투쟁이 불가능하게 되어 러시아로 독립군을 이끌고 피했다. 하지만, 왜놈들의 협박에 러시아의 압박은 심해지고, 러시아군이 만주적인 척 무장하고 쳐들어와 동지들을 잃었다. 서일은 동지들의 도움으로 자리를 피하게 되었다. 동지들은 서일이 승천했다고 제를 올려 왜놈들의 눈초리를 돌리게 만들었다.

 

 서일이 백두산으로 찾아와 단기로 하늘을 여는 수양을 함께하게 되었다.

 

 호흡을 길게 하면서, 걸음을 옮겼다. 호흡이 길어지면서 걸음도 느려졌다. 걸음이 느려지면서 호흡을 멈추게 되었다. 삼성사에서 승천할 때 호흡은 서른 걸음에 한 호흡이었다. 하지만 서일과 수련하면서 백 걸음에 한 호흡을 이루었다.

 

 “대형, 몸이 떠서 가고 계십니다.”

 “아직 멀었어....”

 

 수련을 함께하는 서일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서일은 타고난 무술가였다. 서일은 호흡 수련을 동굴에서 했는데, 안력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날아오는 총알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안력이 좋게 되었다. 서일은 오십 걸음에 한 호흡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상해 임시 정부에서 김구와 무장 투쟁하는 이시영이 찾아왔다.

 

 “왜놈들이 미쳐 날뛰는데, 산속에 숨이 있지만 말고 도와주시구려.....”

 

 고종황제를 함께 모시던 오랜 동지인 이시영의 청을 받아들였다.

 서일과 상해에 도착했다.

 

 “죽어서 독립에 보탬이 된다면 영광입니다.”

 

 충청도 청년 윤봉길은 굳은 결의를 보였다. 상하이 홍커우 공원에 왜놈 장수들이 모였다. 윤봉길이 일어를 못해 모임에 참석하지 못했다. 내가 왜놈 장교 복장을 하고 윤봉길과 모임에 참석하였다. 왜놈들은 모임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청년 윤봉길은 폭탄을 던졌다.

 

 “가자, 나를 잡아라!”

 “제가 누군지, 왜 죽였는지 밝혀서, 왜놈 따위는 두렵지 않다는 걸 만방에 알려야 합니다.”

 

 윤봉길은 내 손을 잡고 빠른 걸음으로 도망칠 수 있었지만, 왜놈들에게 체포되었다. 윤봉길의 거사로 독립군의 열의는 높아졌고, 왜놈의 기세는 꺾였다.

 

 “이제 할 만큼 했으니 나가자.”

 “죽음보다 확실한 투쟁은 없습니다, 안중근의 뒤를 따르겠습니다.”

 

 내가 오사카 위수 형무소를 찾아가 윤봉길에게 탈출시켜 준다고 제의를 했지만, 거절당했다. 형무소는 바람은 차가웠지만, 윤봉길의 뜨거운 기개를 꺾지는 못했다. 그가 총살당하는 현장을 멀리서 지켜보면서 다시는 세상일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백두산은 단군의 기운이 모이는 곳이다. 서일의 무술과 나의 호흡은 극을 향했다. 천 걸음에 한 호흡이 가능케 되었다. 서일의 빠르기는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세상 사람이 전부 죽어 가는데, 산 속에 숨어 젊어지니 좋겠소!”

 

 이시영이 찾아와 왜놈들이 미쳐 날뛰어, 민족을 압살한다고 일렀다. 민족의 한이 하늘에 어려서 잠을 못 이루고 있었을 때였다.

 

 “전쟁을 멈추기 위해서는 왜놈이 많이 죽어야 하는데.....”

 

 이시영에게 기운을 일본 열도에 모으면, 사람이 많이 죽게 될 거라고 염려를 했었다.

 

 “민족이 없어지게 생겼는데 왜놈들 걱정일랑 마시오, 열 받치오!”

 

 수양으로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는 것은, 하늘의 뜻이 아니었다.

 

 “눈이 아름답네, 명산의 기운이 넘치는구나.”

 “백두산만 못 합니다.”

 

 서일과 도쿄에서 쫌 떨어진 후지산에 머물렀다. 후지산은 여름에도 정상에는 눈이 있었다.

 이시영은 나와 서일만 믿겠노라는 다짐을 남기고 갔다. 서일과 낮엔 쉬고, 밤에는 손바닥을 마주 붙이고 기를 모았다. 몸에서 김이 올랐고, 사방으로 빛이 퍼졌다.

 

 “대형과 함께하는 수양은 감당하기 힘들어 못하겠습니다.”

 

 서일은 엄살을 부렸다. 서일의 경지는 나와 비슷하게 맞았다. 그런 연유로 손바닥의 기운으로 사방을 밝힐 수 있었다. 열과 성을 다하여 기를 모았다. 후지산 정상의 눈이 녹아 내렸다. 200백년전 후지산이 폭발하고 난 후, 정상의 눈이 녹는 것은 처음이라고 왜놈들은 안절부절 못했다. 후지산이 폭발하면서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다.

 

 “가능하면 사람이 적은 도시에 불벼락을 내려야 할 텐데요.”

 

 서일은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면서, 기를 모으는 것을 불안해했다.

 

 “미쳐 날뛰는 왜놈들 정신 차릴 정도만 하겠지, 하늘의 뜻을 어찌 알겠는가...”

 

 아침을 먹고 서일과 언제까지 기를 모을 건지 걱정하고 있었다. 지진이 일어나는 것 같은 울림이 있었다. 남쪽에서 땅이 갈라지는 폭음이 울려 퍼졌다. 서일과 눈을 감았다. 수없이 많은 사람이 죽었다.

 

 “대형, 다시는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왜놈들이 정신 차려야 기운이 멈출 건데.....”

 

 걱정하고 있는데, 며칠 뒤에 또 다시 큰 폭발이 일어났다. 서일과 서둘러 백두산으로 돌아 왔다. 히로시마에 폭발이 있었고, 며칠 뒤 나가사키에 큰 폭발이 일어났다. 썩은 냄새가 진동해 열도에 머물 수가 없었다. 백두산으로 돌아왔다.

 

 “대형, 이제 멈추어야겠습니다.”

 “더 두고 볼 일이지.... 다시는 살생의 기를 모으지는 말아야지.....”

 

 지구의 정수리인 백두산의 정기를 모아 살생을 하는 것은 멈추기로 했다.

 살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하늘의 기를 빌어 죽이는 것은 옳지 못했다.

 

 “대형, 수련을 멈추고 몸을 닦으시지요.”

 “마음이 평온해진다면....”

 

 그 이후로 서일과 무술을 연마하였다. 왜놈들은 항복을 하고 물러갔지만, 한반도는 둘로 갈라졌다. 이시영은 또 찾아왔다.

 

 “하나 된 조국을 위해 애쓰셔야지, 애들처럼 칼싸움이나 하고 있소?”

 “이젠 세상일에 참견 안하기로 했으니, 봐 주구려....”

 

 이시영은 왜놈들은 항복을 했는데, 미국과 소련이 극성이라고 본때를 보여 주자고 했다.

 

 “모든 일은 하늘이 알아서 하실 건데, 모지란 놈이 설쳐서 생사람을 잡았어.....”

 

 이시영은 설득하느라고 며칠을 더 머물면서 사정을 했지만, 거절하였다.

 

 “전쟁 났구나, 이시영 대형의 말씀을 들을 걸 그랬나.....”

 

 서일은 동족간의 전쟁을 걱정하였다.

 

 “정수리로 피가 몰리는 것 같았어, 싸우다가 멈추게 되어있어.”

 

 내노라 하는 힘 쎈 나라들이 설치다, 지풀에 나가 떨어졌다.

 민족의 혈육 상쟁을 막기 위해 기를 모았으나, 더 많은 대가가 기다리고 있었다.

 

 “상처가 아물고, 새살이 나는 것과 같다.”

 “대형의 말씀이 옳았습니다.”

 

 전쟁을 치루는 큰 상처를 받고 난 후라 조심했고, 그러므로 평화는 지켜졌다.

 

 “평화를 지키고 발전시켜서 풍족한 민족이 되면, 왜놈이 또 꾸물거리고 온다.”

 “그러겠지요, 후지산의 기운이 대륙을 향하고 있으니....”

 

 왜놈이 대륙을 향해 꾸는 꿈은, 항시 꿈틀거리는 지렁이 같다.

 

 후예!

 

 내 고향 보성에는 흔한 개구리가, 백두산에는 없다. 흔한 것이 흔한 게 아니라 익숙한 것이다. 소중하고, 소중하지 않고는 마음에 달렸다. 후예의 이름을 돌이라고 명하라고 일렀다. 백두산에 개구리가 될 수도 있고, 내 고향에 개구리가 될 수도 있다. 무엇이 되든지, 나의 후예임을 자랑스러워 함이라.

 

 왜 놈들이 대륙을 꿈꾸는 한, 민족을 지켜야 하는 것은 수양하는 자의 도리다.

 

 개구리 권법을 익혀서, 민족을 구하라.

 

 앞 다리를 벌리고, 뒷다리로 차면서 뛰어 오른 개구리 그림이 여러 장 있었다.

 두 발과 양팔을 동시에 움직여, 상대를 한방에 보내는 방법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림이 여러 장에 걸쳐 있었다.

 

 후예!

 

 단기를 익히고, 하늘을 열어라.

 

  *..*

 

 나 돌은 마지막 장을 덮고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단기를 익히고 만난다고..... 혼자 어떻게 익혀요? 제 이름을 지어 주셨네요?”

 

 나 돌이라는 이름을 책에서 볼 때에는, 온 몸에 전류가 흘렀다. 어려서부터 증조할아버지가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행동했었다. 책을 읽고는 그 생각이 맞았다는 확신이 들었다.

 

 “두 발을 벌리고, 양 팔을 올려서, 얍!”

 

 나 돌은 엉덩이를 뒤로 뺏다가 올리면서, 큰 소리로 기합소리를 질렀다. 무릎 높이로 뛰어 올랐다, 내려왔다.

 

 “어쩌라고?”

 

 같은 방법으로 뛰었다, 내렸다. 문이 열리고 요코가 웃으며 들어왔다.

 

 “아, 우리 집인 줄 알고, 깜박했어요.”

 “책이 재미 있었구나? 책도 주인을 만나 좋았겠다.”

 “아, 단기개천 안에 제 이름이 있어요, 읽었어요?”

 “당연히, 일본을 물리치라는 것도 읽었어, 개구리 권법도.”

 “그건 이해가 안되던데..... 아세요?”

 “나 돌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무술이야, 겁난다!”

 

 요코는 몸을 옆으로 돌려 손을 올려 피하는 시늉을 했다. 요코의 늘씬한 몸매가 침을 삼키게 만들었다.

 

 “단기 개천 저 주시면 안돼요? 빌려 주시던지.....”

 “안 돼!”

 

 나 돌이 어렵게 말했더니, 요코는 냉랭하게 대꾸했다.

 

 

  12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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