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무협물
나철의 후예
작가 : 이돌
작품등록일 : 2018.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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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부 요코를 위해
작성일 : 18-12-12     조회 : 333     추천 : 0     분량 : 4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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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 요코를 위해

 

 

 “원망마라!”

 “후회도 마라!”

 

 하얀 두루마리가 소매 안에 있던 손을 빼면서 한 뼘 길이의 칼을 나 돌에게 던졌다.

 

 “엇!”

 

 나 돌이 놀라서 소리를 쳤다. 눈앞에서 표창을 손으로 잡았다. ‘아!’ 구경꾼들 탄성을 질렀다. 하얀 두루마리와 검정 두루마리가 엇갈리면서 표창을 번갈아 가면서 던졌다. 두 사람이 겹치면서 표창의 색깔이 가려졌다. 나 돌은 날아오는 표창을 피하기도, 손으로 잡기도 했다.

 

 “더 던져 봐!”

 

 두 사람의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나 돌은 붕, 떠올라 동시에 두 사람의 면상을 가격했다. 연달아 발로 차려는데, 두 사람이 무릎을 꿇었다.

 

 “졌다, 절대 고수를 몰라봤다.”

 “다시는 건방 떨지 않겠다.”

 

 두 사람은 동시에 패배를 인정했다. 나 돌은 웃으며 끄덕였다. 옆에 있던 수복이 나섰다. 나 돌의 손에 쥐고 있던 표창을 받았다.

 

 “너희 물건이니 가지고 가라!”

 

 수복이 던진 표창이 하얀 두루마리 무릎에 박혔다. ‘악!’ 비명을 지르며 굴렀다. 검정 두루마리는 수복이 표창을 던지려고 머리 위로 손을 올리자, 엉덩이 걸음으로 뒤로 물러났다.

 

 “제발, 다시는 망발하지 않겠습니다, 제발!”

 “행여, 자기 물건은 가져가야지.”

 

 수복이 던진 표창이 오른손등에 박혔다. ‘악!’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서 뒹굴었다. 수복은 발로 두 사람을 찼다.

 

 “비열한 놈들, 눈속임에 꽁수까지 부리면서 잘난 척은...”

 

 두 사람은 옹달샘 마당을 기어서 나갔다. 구경하던 사람들 인상도 험악한 수복의 솜씨에 두려움을 느끼며 입을 다물었다.

 

 “형, 관대하게 대하니까 별의별 놈이 수작을 부리러 나타나, 혼 내줘야 못 와!”

 

 수복의 말이 맞았다. 무술을 쫌한다 싶으면 유명세를 타려고 덤볐다. 대결이 있은 후에도 대가가 없으니 너도나도 몰려들었다. 일정 부분 거르고 받을 필요가 있었다. 대머리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그동안 실전을 통해 익힌 동작들을 더 정교하게 다듬는 수련을 하고 있었다. 수복에게는 요코의 행방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궁금하면 알아볼게...”

 

 못마땅한 표정으로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요코의 행방이 너무 궁금했지만, 성과를 이루기 전에 만나서 곤란한 지경을 만들기 싫었다. 시게이가 추진하는 ‘로켓맨 헌트’의 진행 정도도 궁금했지만, 그 전에 무술을 몸에 익히는 게 우선이었다.

 

 “형은 무술에만 전념해, 다른 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

 

 수복은 시게이가 하는 일을 알아보고 있지만, 마땅히 알려 줄 정보가 없다고 했다. ‘남산골 옹달샘’은 추위에도 끄떡없었다. 하얀 김이 모락거리며 추위와 맞서 겨울을 견뎠다. 양지가 바른 곳에는 푸른 빛 새싹이 돋았다. 삼일절까지는 열흘 남았다. 끝 모를 무술의 경지를 익히면서 옹달샘을 마시며 겨울을 보냈다.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 대머리라도 왔으면 좋겠다.”

 “너무 착하게 사는 거 같아, 몸이 근질거려... 형 때문이야.”

 

 옹달샘에는 구경꾼의 발길도 끊겼다. 혹시나 하고 오는 구경꾼도 나 돌 혼자 연습하거나 호흡하고 있으면, 잠시 머물다 갔다.

 

 “나 때문에 착하게 살면 좋지, 못되게 굴면 좋아?”

 “착한 건 내가 아니지, 한 번 붙어 볼까?”

 “나랑?”

 “응, 얼마나 견디는지 궁금해서.”

 “내가?”“아니, 내가 형을 얼마나 견디는지 궁금하다고, 너무 쎄져서 말이야.”

 “겸손은 안 어울려, 내가 상대가 되겠어...”

 

 갑자기 수복과 겨루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졌다. 수복이 어깨를 툭, 치면서 밀었다. 나 돌이 한 발 뒤로 물러나며 거리를 만들었다.

 

 “봐 주지 말고 다뤄, 쫌 겁난다.”

 “형이 봐줘야지.”

 

 수복이 한 발 옆으로 옮기면서 두 주먹을 가슴 높이로 올렸다. 산책로에서 발자국소리가 들렸다. 수복과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뻐드렁니와 벌렁코가 앞에 서고, 뒤에는 검정 양복의 수십 명이 따라왔다. 수복과 나 돌은 눈을 맞추고 수복이 뒤에 섰다. 검정 양복은 삼십 명이 넘었다. 뻐드렁니가 나 돌과 마주 섰다.

 

 “꽤 유명해졌더라, 한 판 붙어 볼까?”

 “알면서도 덤비겠다?”

 “조센징들 상대로 싸운 건 싸움도 아니지, 얼마나 늘었는지 덤벼라!”

 

 뻐드렁니가 여유롭게 옆으로 한 발 옮겼다. 옆에 있던 벌렁코가 핸드폰을 꺼냈다.

 

 “싸움에는 조건이 있어야지, 이걸 보고 덤벼라...”

 

 벌렁코가 핸드폰을 눌러서 배경 창을 나 돌 쪽으로 돌려서 들었다. 동영상이 배경 창에 떴다. 성북동 요코의 건물이 나왔다. 2층으로 계단을 올랐다. 벌렁코가 설명했다.

 

 “스프링 쿨러가 제대로 작동해서 거실 조금 타고 불이 꺼졌다. 누가 나오는지 잘 봐라!”

 

 2층 거실 가운데 무쇠로 만든 박스의 옆면이 보였다. 성인 키 높이의 무쇠 박스 앞면에는 세로로 굵은 쇠막대가 한 뼘 간격으로 서 있었다. 귀퉁이에 커다란 자물통이 달려 있었다. 무쇠 박스 안에는 하얀 티에 청바지를 입은 긴 머리의 요코가 정좌로 앉아 있었다.

 

 “나 돌이라는 놈에게 보여 줄 동영상이다, 한마디 해라!”

 

 시게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요코는 눈을 껌벅였다. 화면이 당겨지면서 요코의 얼굴이 화면에 꽉 찼다. 입술에 힘을 주고 다물었다.

 

 “할 말 없음 그 놈은 죽음이다, 한 마디 남기면 살려는 준다, 약속한다!”

 

 시게이가 박스 안 요코에게 다그쳤다.

 

 “돌..... 오지 마, 다쳐..... 돌....”

 

 요코의 검은 눈동자에 맑은 눈물이 고였다. 눈을 껌벅여서, 눈물이 하얀 볼을 타고 흘렀다.

 나 돌의 숨이 콱 막혔다. 요코가 발을 세워 모으고,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다. 흐느낌이 흘러나오며, 화면이 빠졌다.

 

 “쥐 새끼 마냥 숨어 있어도 찾아낸다, 엄마 아빠는 죽기에는 아직 젊던데, 아깝다!”

 

 벌렁코의 말에 숨이 멎었다. 수복이 앞으로 나섰다.

 

 “넌 내가 죽인다, 쪽바리!”

 “씨씨티브이에 네 놈이 서류를 가지고 갔더라, 그래서 너희를 살려 둘 수 없다고 정했다, 누가 죽을지는 해 보면 알게 된다, 어쩔 건지 정했냐?”

 

 수복이 가차 없이 벌렁코를 주먹으로 가격했다. 벌렁코가 뒤로 피했다. 양복들이 칼을 세우고 앞으로 섰다.

 

 “우리가 다치면 너희 부모와 요코는 치욕을 당하고 죽는다.”

 

 벌렁코가 양복들 뒤에서 외쳤다.

 

 “하지 마, 그만해... 다치게 할 수는 없어...”

 “형이 잡혀 가면 놔 줄까봐? 어림도 없어.”

 “그래도..... 날 원하는데 가야지...”“미쳤어? 그냥 죽겠다고? 참아 제발 형!”

 

 수복이 나 돌에게 사정조로 졸랐다. 나 돌이 수복의 앞에 섰다.

 

 “나를 데려가라, 더 이상은 못 한다.”

 “그냥은 안되지, 좀 맞아야겠다.”

 

 뻐드렁니가 나 돌 앞으로 서면서 주먹으로 배를 가격했다. 나 돌의 허리가 앞으로 꺾였다. 뻐드렁니의 무차별 가격이 이어졌다. 수복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죽어, 쪽바리!”

 

 수복의 주먹이 뻐드렁니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뻐드렁니가 앞으로 날아서 쓰러졌다. 쓰러져 퍼득이더니 두 다리가 축 늘어졌다. 흰자위가 가득 찬 눈을 뜨고 숨을 멈추었다. 벌렁코가 외쳤다.

 

 “죽여라, 빨리!”

 

 양복들이 수복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수복이 칼을 피하면서 양복들을 가격했다. 수복의 움직임이 빨라 칼은 수복의 움직임 뒤를 따랐다. 벌렁코가 쓰러진 나 돌의 머리카락을 잡아 끌어 어깨에 들추어 메고, 계단을 내려갔다. 수복은 양복들과 싸우면서 계단 쪽으로 오려고 했지만, 양복들의 칼을 피하느라 바빴다.

 

 “형, 형, 정신 차려, 형!”

 

 수복이 나 돌을 향해 외쳤다. 벌렁코는 빠르게 계단을 내려갔다. 뒤에서는 양복들이 내지르는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럴수록 벌렁코의 걸음은 빨라졌다.

 

  *..*

 

 성북동 저택 앞에 검정 승용타가 섰다. 집 앞에 서 있던 승용차에서 양복들이 몰려 내렸다. 벌렁코는 차 뒷문을 열고 나 돌을 꺼내라고 명령했다. 나 돌은 두 손과 발을 테이프로 묶여 있었다. 벌렁코는 나 돌의 목을 손으로 집어 살았는지를 확인했다.

 

 “데리고 가!”

 

 양복이 나 돌을 어깨에 걸쳤다. 벌렁코가 핸드폰으로 시게이에게 보고를 했다.

 

 “잡아 왔습니다, 동영상이 먹혔습니다. 예, 저기.....예!”

 

 벌렁코는 뻐드렁니가 죽었다는 말을 하려다 멈추고, 통화를 끊었다. 발로 앞에 서 있던 양복의 엉덩이를 차고, 손으로 머리를 마구잡이로 때렸다. 양복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죽어, 조센징 죽어!”

 

 벌렁코는 쓰러진 양복을 발로 차면서 외쳤다. 현관을 들어가 저택의 귀퉁이에 붙어 있는 계단실을 나 돌을 들추어 매고 내려가는 양복의 뒤를 따라 내려갔다. 양복이 지하 입구에서 문을 열라고 두드렸다. 문 위쪽 얼굴 크기의 사각형 유리창 안에서 확인하고 문을 열었다.

 

 “어디다 둘까요?”

 양복이 벌렁코에게 물었다. 벌렁코가 내리라고 눈짓으로 명령했다. 지하에는 쇠로 만든 문이 현관 맞은편에 두 개 있었다. 쇠문 위쪽으로 한 뼘 크기의 사각형 문이 있었다. 문의 잠금 장치는 옆으로 길게 눕혀진 쇠를, 밀어서 잠그고, 당겨서 여는 구조였다.

 

 “조센징, 죽어라!”

 

 정신을 잃고 쓰러진 나 돌을 벌렁코는 배를 가격하면서, 뻐드렁니가 죽은 분풀이를 했다. 벌렁코가 고함을 치자, 쇠문 사각형 창이 위로 올라갔다.

 

 “돌이야, 돌아!”

 

 종운이 창 안에서 외쳤다.

 

  27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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