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무협물
나철의 후예
작가 : 이돌
작품등록일 : 2018.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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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부 남산골 옹달샘
작성일 : 18-12-09     조회 : 359     추천 : 0     분량 : 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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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남산골 옹달샘

 

 

 

 “공력이 올라서 개구리 권법을 제대로 할 수 있음 좋겠다.”

 

 나 돌이 두 발을 구르면서 뛰어오르는 준비를 했다. 수복이 웃으며 해보라고 끄덕였다. 나 돌이 기합을 질렀다.

 

 “얍!”

 

 붕, 떠올라서, 종운과 수복의 위를 지나쳐 뒤에 섰다. 나 돌이 깜짝 놀라서 눈이 커졌다.

 

 “이게 뭐야? 엉!”

 

 나 돌은 두 사람과 시선을 마주하고, 고개를 숙여 몸을 둘러보았다. 수복과 종운도 좀전에 있었던 일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나 돌은 숨을 길게 들이마시며 가슴을 내밀었다. 그리고 두 발을 위아래로 굴렀다.

 

 “아싸!”

 

 경쾌한 기합을 내지르며 떠올랐다. 수복과 종운의 머리 위보다 한 참 위로 뛰어넘었다. 두 사람이 고개를 돌리는데, 바닥에 닿자마자 다시 떠오른 나 돌이 두 사람의 위로 뛰어올랐다. 경쾌한 기합을 넣으면서, 여러 번 반복해서 뛰어올랐다.

 

 “힘이 하나도 안 들어, 봐!”

 

 나 돌이 길가에 있는 오피스텔 건물을 향해 뛰었다. 건물 벽을 발로 차면서 위로 3층 높이까지 올랐다. 몸을 뒤집어 한 바퀴 돌고 두 손을 가슴에 모아 기도하는 자세로 바닥에 내려섰다.

 

 “형, 나보다 낮다, 드디어 개구리 권법을 제대로 시전 할 수 있겠다.”

 “와, 죽인다, 돌이야!”

 

 종운과 수복이 감탄을 쏟았다. 나 돌은 갸웃하며 내 뱉었다.

 

 “나는 가슴에 손을 모을 마음이 없었는데... 저절로 그런 자세를 했어... 이게 뭐지...”

 “형 의도하고 상관없는 자세였다고?”

 “응, 그냥 얼마만큼 뛰어오르나 보려고 했던 건데, 한 바퀴 돌고 손을 모으고... 내 의지하고는 상관없이 저절로 그랬다니까..... 그런 것도 있어?”

 “처음 들어, 무공은 의지로 나타나는 건데... 암튼 축하해 형!”

 “다시 해 봐, 그럼 알겠지.”

 

 종운이 거들었다. 종운의 말에 따라 다시 뛰기로 했다. 얍! 나 돌은 천천히 뛰다 오피스텔 건물 벽을 향해 ‘겅중!’ 뛰어 올랐다. 좀 전에는 두 발로 건물을 치면서 올랐는데, 한 번에 겅중 뛰었다. 5층 높이에서 멈추어, 몸을 돌렸다. 허공에서 한 바퀴 돌고 두 팔을 벌리고 천천히 밑으로 내려왔다.

 

 “난 이러고 싶지 않다고, 두 손을 모으려고 했어!”

 

 나 돌이 허공을 내려오면서 외쳤다. 수복과 종운은 입을 벌리고, 내려오는 나 돌을 보았다.

 

 “왜 내 의지하고는 상관없이 움직여, 황당해.”

 “그랬어, 형이 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는데.”

 “전혀, 내 몸이 아닌 것 같아..... 좋긴 한데 이상해....”

 

 나 돌은 갸웃하며 눈을 깜박였다.

 

 “나 철 할아버지가 몸을 조종하고 있는 거 같은데, 다른 거 해 봐, 그럼 알겠지.”

 “다른 거?”

 

 나 돌은 뭐를 할까 둘러보다가, 가로수로 서 있는 은행나무를 보았다. 수복이 하던 걸 떠올리며, 붕, 뛰어올라 두 발로 은행나무를 가격하면서, 두 손으로도 가격하였다. 나 돌의 발과 손이 닿는 부분은 깊이 파였다. 두 번을 오르내리면서 가격하였더니, 은행나무가 뿌직! 소리를 내면서 인도 쪽으로 쓰러졌다. 길 가던 차들이 인도에 은행나무가 쓰러지자, 멈추었다. 핸드폰으로 쓰러진 은행나무를 찍기도 했다.

 

 “와우, 나도 했다!”

 

 나 돌이 손을 들어 수복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종운과 한쪽 어깨를 부딪쳤다.

 

 “이번에는 형 의지로 했으면, 한 번 더 해보면 알겠지.”

 “그럴까, 내 마음대로 되겠지.”

 

 나 돌은 얍! 기합을 넣고 뛰어올랐다. 두 발을 벌려 은행나무를 찍으면서, 두 손으로도 찍었다. 은행나무에는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았다. 뛰어오르고, 내리고를 여러 번 하였지만, 은행나무는 그대로 있었다. 나 돌은 황당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보았다.

 

 “내가 해 볼게, 구경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수복이 나 돌이 쓰러트리려고 했던 은행나무를 개구리 권법으로 가격했다. 세 번 만에 은행나무에서 뿌직! 소리가 났다. 수복이 손으로 은행나무가 인도로 쓰러지게 밀었다. 우지직! 은행나무가 인도에 쓰러졌다. 차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와~’ 환호를 질렀다. 나 돌과 종운은 서로를 응시했다.

 

 “할아버지가 해 보세요, 사람들이 엄청 좋아해요.”

 

 종운이 나 돌을 보면서, 나철에게 말하는 투로 부탁했다. 나 돌이 어른 허벅지 굵기의 은행나무를 골랐다. 얍! 어른 키 높이로 뛰어올라 개구리 권법을 한번 시전 했다. 그랬더니 은행나무가 깊이 파이며, 우직! 소리가 났다. 나 돌도 수복을 흉내 내느라 손으로 은행나무를 인도로 밀었다. 굵은 은행나무가 인도로 쓰러졌다.

 

 “아빠 말이 맞네!”

 

 차에서 내린 사람들 핸드폰으로 찍으면서, 와! 함성을 질렀다.

 

 “가자, 여기 있어봐야 좋은 일 안 생기겠다.”

 

 종운은 말하고 난 후, 두 손을 하늘을 향하게 올리고 흔들어 사람들 환호에 호응했다.

 

 “이래야 사람들은 좋아해, 신나잖아!”

 

 그러면서 수복과 나 돌의 손을 잡고 위로 올렸다. 수복과 나 돌도 종운의 행동을 따라 했다. 구경하던 사람들 환호를 질렀다. 종운이 두 사람을 데리고 구경하는 사람들과 반대 방향으로 갔다.

 

  *..*

 

 민지는 술에 취해 자고 있었다. 종운은 조심스럽게 씻고 방으로 들어갔다. 나 돌은 집에 온 것이 꿈만 같았다.

 

 “고마워, 잘 할게.”

 “뭘? 형하고 평생 함께하라는 운명이라니까, 앞으로는 내가 형한테 도움을 받아야 돼!”

 “정말 그렇게 될까? 몸이 할아버지 마음대로 움직이는데... 좋긴 하지만, 그래도...”

 

 나 돌은 몸을 의지대로 움직이지 못한다는 사실이 내키지 않았다. 물론, 나 철이 알아서 할 테지만 자존심이 상했다.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야, 형이 할아버지만큼 강해지면 가능할 거야.”

 “그래? 그게 가능할까?”

 “할아버지가 형 몸에 계시니까 공력은 됐고, 무술을 형이 익히면 금방 할아버지랑 같아지거나 강해지겠지, 그럼 할아버지가 마음대로 몸을 움직이지 못할 걸.”

 “그럴 수도 있겠다. 발을 천장까지 뻗어 볼께!”

 

 얍! 기합을 넣으면서 뛰어올랐다. 발이 천장에서 한 뼘 모자라게 뛰었다.

 

 “이건 내 의지로 뛸 수 있는 한계야, 할아버지가 뛴다면 어떨지 해 볼게, 얍!”

 

 나 돌이 다시 뛰었다. 두 발이 천장에 닿았다. 그리고 거꾸로 천장을 걸었다. 나 돌은 천장에 매달린 자세가 되었다. 천천히 몸을 한 바퀴 돌리고 바닥에 내려섰다. 수복은 멍한 표정으로 나 돌이 하는 걸 보며 웃었다.

 

 “대단하다, 대단해!”

 

 수복은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나 돌은 손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

 

 “이게 말이 되냐, 내 몸인데 할아버지 마음대로 하게, 어휴!”

 

 못마땅했지만, 딱히 싫지는 않았다. 수복이 위로하느라 한마디 거들었다.

 

 “할아버지를 넘어서거나, 말을 잘 들어.”

 “무술을 내 마음대로 할 거야, 같이 하자.”

 “나야 형이 좋은 게 좋아, 잘 하자고.”

 

 수복이 손을 들어 하이파이브를 하자고 웃었다. 나 돌은 손바닥을 부딪치며 얍! 기합을 넣었다. 나 돌은 바람이 일어나게 허공에 발길 질을 하며 거실을 돌아다녔다. 수복은 웃으면서 흉내를 내며 따라 다녔다.

 

 “훈련 장소는 어디가 좋을까?”

 “산이 좋아, 무술은 호흡으로 하는데, 산은 공기가 좋잖아.”

 “남산이 좋겠다.”

 “형이 알아서 해, 나는 옆에 있을 거니까.”

 “가르쳐 줘야지.”

 “아는 것까지만, 나머지는 할아버지가 알아서 하시겠지.”

 “요코는 어떻게 됐을까?”

 

 무심결에 요코를 말했다. 수복은 입술을 내밀고 고개를 돌렸다.

 

  *..*

 

 남산 산책로와 드라이브 코스 사이로 계단을 오르는 중간에 팔각정이 있었다. 팔각정 옆으로는 떨어진 나뭇잎이 수북하게 쌓였다. 옆으로 난 돌계단 두 칸을 내려가면 옹달샘이 있었다. 옹달샘을 감싼 바위벽에는 ‘남산골 옹달샘’ 이라고 적혀 있었다. 옹달샘과 돌계단 사이에 넓은 바위가 마당을 이루었다. 절벽처럼 깎아지른 바위가 병풍처럼 서 있었다. 옹달샘 위 바위벽에 알 수 없는 글씨가 조각되어 있었다. 옹달샘 앞에 촛농이 두껍게 쌓여 있었다. 나 돌은 바위를 향해 집중력을 올렸다.

 

 “제가 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마음은 마음대로 되었지만, 몸은 마음대로 되지 않은 것을 이겨내려고, 몸 안에 나 철에게 부탁을 드렸다. 수복은 옆에서 같은 자세로 섰다. 나 돌이 바위를 향해 두 발을 뻗었다. 허공에서 바람 소리가 들렸다. 바위 앞을 겅중거리며 뛰었다.

 

 “얍!”

 

 개구리 권법을 허공에서 시전 했다. 어른 키 높이에서 발길질을 할 수 있었다. 수복도 옆에서 나 돌과 같은 동작을 했다. 점심 먹고 시작한 훈련이 해가 저물어질 때까지 이어졌다.

 

 “힘이 안 든 게 신기하다.”

 “공력이 오르면 힘든 게 없어져. 난 그 정도 되려면 멀었어.”

 “힘들어?”

 “조금, 형이 공력은 나보다 높아, 무술만 몸에 익히면 짱이야, 짱!”

 “수복이 싸울 때 요코가 개구리 권법을 응용한다고 하던데, 그랬어?”“응, 단기개천에는 경지에 이르면 할 수 있는 동작만 있어, 볼래?”

 

 수복이 허공에서 두 팔을 벌렸다, 오므리는 과정을 끊어서 보여 주었다. 나 돌이 수복이 한 동작을 따라해 보았다.

 

 “뭐하는 짓이냐?”

 

 하얀 도포에 가슴이 앞으로 솟아 수복과 체형이 비슷한 대머리가 나 돌이 하는 걸 보면서 물었다. 수복은 옆에 온 줄도 모를 정도의 고수라는 걸 직감하고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말 놓지 마세요.”

 

 나 돌이 머리가 빤질거리는 40대 사내에게 던졌다.

 

 “파리 잡냐?”

 

 대머리가 입가에 비릿한 웃음을 담고 물었다. 대머리의 불뚝 솟은 광대뼈에서 광채가 흘러나왔다.

 

 “말까지 말라고 했을 텐데? 파리냐?”

 

 나 돌이 대머리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대머리가 어깨를 들썩하더니 주먹을 뻗었다. 나 돌의 가슴에 주먹이 박혔다. ‘윽!’ 나 돌이 신음을 토하며 뒤로 두 발 밀려났다. 수복이 대머리의 공격에 눈을 크게 떴다.

 

 “이런, 쫍밥아!”

 

 나 돌이 두 발을 튕겨 오르며 외쳤다.

 

 

  25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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