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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철의 후예
작가 : 이돌
작품등록일 : 2018.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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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나철의 자손
작성일 : 18-11-06     조회 : 347     추천 : 1     분량 : 4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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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나철의 자손

 

 

 “지금부터 나 빙신 이다! 알았냐?”

 “예.....”

 

 종운은 무슨 말인지를 생각하느라 대답을 흐렸다.

 

 “이름 뭐냐?”

 “나 종욱입니다!”

 “뭐?”

 

 사내가 다그쳤다. 종운은 사내의 명령이 무언지 간파했다.

 

 “잘못했습니다, 제발 그만하세요.....”

 

 종운은 사내의 가슴 앞에 머리를 숙이고, 두 손을 앞으로 모았다. 악몽 같은 순간을 멈추어 줄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름?”

 “저는 그거는 못해요, 저의 증조할아버지는 나 철이라고 유명하신 분이에요, 나 철 할아버 지는 일제 때 무장 투쟁 하신 독립군이셨어요, 제발... 다른 건 안 될까요?”

 “뭐? 나철? 꼴값 떠냐? 나철이 벌떡 일어날 거짓말 치지 말고, 이름 뭐냐 물었다!”

 

 사내의 명령을 거역하면 또 맞아야 했다. 맞더라도 증조할아버지의 성인 나씨의 자부심을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종운의 철칙이었다. 자부심이었고, 생의 지표였다.

 

 “나 종 운 입니다!”

 

 사내의 두 손가락이 종운의 목 줄기를 잡았다. 그리고 손가락에 힘을 가했다. 숨이 막히면서, 목이 끓어지는 고통에 머리가 멈추었다. 독립군은 더한 고문을 이겨내면서 독립을 갈구 했을 거라는 생각이 스쳤다.

 

 “이름?”

 

 사내의 입에서 딸려 나온 입김에서 쉰 김치 냄새가 쏟아져, 코를 찔렀다. 목이 졸려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뜨거움으로 얼굴이 달아오르면서 정신이 몽롱해졌다. 사내가 목을 잡은 손을 놓았다. 짝! 그리고 얼굴에 고통이 가해졌다. 사내의 손바닥은 매서웠다. 종운의 목이 오른쪽으로 돌았다.

 

 “버텨?”

 

 종운의 얼굴에 사내의 손바닥이 두 차례오고 갔다. 종운이 뒤로 물러나며 비틀 거렸다.

 

 “이름?”

 “나 종 운!”

 

 이름 말고 다른 거라면, 사내의 요구에 응할 용의가 있었다. 하지만, 나씨 성을 밝히면서 빙신을 붙일 수는 없었다. 사내가 종운의 다리 사이 가운데를 잡고 위로 올렸다. 종운이 위로 번쩍 들여졌다. 사내가 종운을 주차장 옆 화단에 던졌다. 종운의 몸이 화단을 뒹굴었다.

 

 “이름?”

 “다른 거로 할게요, 다른 건 없어요.....”

 

 이 상황을 멈출 수 있다면, 다른 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른 거?”

 

 사내가 종운을 내려다보면서 되물었다. 종운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사내가 입가에 피식! 웃음을 담았다.

 

 “바지 벗어!”

 “예?”

 “바지!”

 

 사내의 손이 종운의 벨트를 잡았다. 그리고 위로 올렸다. 바지 가운데가 꽉 끼면서 몸을 위로 올려서, 사내의 한 손에 종운의 몸이 매달린 꼴이 되었다.

 

 “벗어.”

 “바지를요?”

 

 이 상황을 벗어나기는 글러먹었다는 느낌이 머리에 박혔다. 사내의 손이 벨트를 풀려고 움직이고 있었다. 종운이 두 손으로 사내의 손놀림을 멈추려고 잡았다.

 

 “아빠, 아저씨 뭐해요?”

 

 나 돌이 사내의 뒤에서 외쳤다. 나 돌의 표정에는 두려움과 분노가 교차하고 있었다. 입을 꾹 다물어 사내에게 굳은 결의를 표시했다. 사내가 종운을 잡았던 손을 놓고, 나 돌 앞에 섰다. 나 돌의 키가 사내의 어깨에 걸렸다.

 

 “아빠?”“우리 아빠다!”

 

 나 돌이 외치면서, 사내의 다리 사이 가운데를 발로 찼다. 사내가 휘두른 나 돌의 발을 잡아 허공에 던졌다. 나 돌의 몸이 주차장 바닥에 뒹굴었다. 종운이 쓰러진 나 돌을 몸으로 감싸며, 사내를 노려보았다.

 

 “왜, 도대체 왜 이러세요?”

 

 종운은 나 돌이 맞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도 없었지만, 사내에게 덤벼서는 나 돌이 크게 다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들었다.

 

 “몰라서 물어? 거짓말 그만 치고, 진짜 이름 뭐냐니까?”

 “그만 하세요, 가자 돌이야.”

 

 아들 앞에서 부끄러운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나 돌은 얼굴이 벌개져서 일어났다. 고개를 갸웃하며 앞으로 나서 사내와 마주 섰다. 종운이 나 돌을 옆으로 밀면서 말렸다. 사내가 웃음을 흘리며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죽어, 깍두기!”

 

 나 돌이 주먹을 가슴 높이로 올리고 옆으로 발을 옮기면서 외쳤다. 종운은 나 돌의 겁 없음을 알기에 더 걱정스러웠다. 종운이 사내와 나 돌 가운데 서서 말리려고 허둥거렸다. 사내가 종운의 양쪽 허리를 잡아 화단에 던졌다. 나 돌이 주먹을 뻗어 사내의 면상을 갈겼다. 사내는 날아 온 주먹을 가볍게 잡고 힘을 가했다. 나 돌이 손을 빼려고 버둥거리면서 사내가 끌어 올리는 대로 따라 가느라 까치발로 앞으로 갔다. 발을 번쩍 들어 사내의 가슴을 찼다. 사내는 올라 온 발을 잡아 던졌다. 나 돌이 주차장에 쓰러졌다. 사내가 쓰러진 나 돌을 잡아 일으켰다. 얼굴을 가까이하고 사내가 물었다.

 

 “몇 살?”“삼겹살!”

 

 나 돌이 사내의 면상을 때리려고 주먹을 옆으로 안으로 휘 둘렀다. 사내가 가볍게 상체를 뒤로 빼서 주먹을 피하고, 나 돌의 멱살을 잡아 위로 올렸다. 사내의 몸놀림은 눈으로는 볼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나 돌이 발로 사내의 배를 가격하려고 두 발을 허공에서 휘둘렀다. 사내가 발을 잡아채었다. 나 돌의 머리는 아스팔트를 향하고, 7부 바지를 입어 드러난 두 발목은 사내에게 잡혀 있었다. 거꾸로 매달린 나 돌이 두 손으로 사내의 무릎 뒤를 잡아 당겼다. 사내가 휘청하며 잡았던 나 돌의 발목을 놓았다. 거꾸로 들려졌던 나 돌의 머리가 아스팔트에 박혔다.

 

 “돌이야!”

 

 종운이 쓰러진 나 돌을 몸으로 감싸면서 외쳤다. 나 돌의 검정눈동자가 없어지고 흰 눈동자만 보였다. 종운은 나 돌의 얼굴을 손으로 흔들었다. 나 돌의 두 다리가 전기에 감전 된 것 처럼 퍼득거렸다. 종운이 나 돌과 사내를 번갈아 보다가 머리로 쭉 뻗어 사내의 배를 박았다. 사내가 종운의 목을 잡아 휘 돌려 화단에 던졌다. 종운이 화단의 바닥을 뒹굴었다.

 

 “기절 했네, 약해 빠지긴....”

 

 사내는 눈이 돌아간 나 돌의 목과 허리와 발목을 연달아 손가락으로 눌렀다. 손가락으로 맥을 집어 나가는 사내의 손놀림은 자연스럽고 빨랐다. 사내의 손놀림이 끝나자, 나 돌의 몸이 자연스럽게 늘어졌다. 그러면서 나 돌이 눈을 뜨고, 상체를 일으켜 사방을 둘러보았다.

 

 “아빠!”

 

 화단에 쓰러진 종운을 보고 나 돌이 일어났다. 종운도 나 돌을 보고 일어났다. 사내가 두 사람 옆에 섰다.

 

 “밀어!”

 

 사내가 종운에게 명령했다. 종운은 나 돌이 다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반사적으로 하얀 차 뒤에 섰다. 차를 밀어서 주차 된 앞차를 박는 게, 현실적으로 싸게 먹혔다. 나 돌은 사내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사내가 주먹을 피하면서 나 돌의 팔목을 잡고 힘을 가했다. 나 돌이 고통을 참느라 신음을 쏟았다. 종운이 차를 밀었다. 차가 흔들거리더니 앞으로 가려고 꿀렁거렸다. 으~쌰! 있는 힘껏 밀어서 상황을 끝내려고 종운이 용을 썼다.

 

 “놔 주세요!”

 

 종운은 나 돌이 사내에게 손을 잡혀 팔이 부러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차를 힘껏 밀면서 외쳤다. 하얀 차가 앞으로 움직이면서 비스듬한 경사 때문에 가속이 붙으면서, 쾅! 앞차를 박았다. 사내가 나 돌을 잡은 손을 놓았다. 나 돌은 앞 차를 박은 걸 보고는, 발을 휘둘러 사내를 공격했다. 사내는 가볍게 나 돌의 발을 잡아 던졌다. 나 돌이 바닥에 쓰러졌다. 종운이 나 돌을 말렸다. 종운의 바로 앞에서 하는 사내의 행동은, 자세히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르고 정확했다.

 

 “그만해, 돌이야 차 밀면 그만하기로 했어.”

 “누가?”

 

 사내가 종운에게 어림도 없는 소리 말라는 식으로 대꾸했다.

 

 “아니에요?”

 “내 차 세울 자리가 날 때까지 밀어!”

 “어떻게요?”

 

 종운은 하얀 차 앞으로 붙어 있는 검정승용차를 보면서 난감한 표정으로 사내에게 물었다.

 

 “한 번만.....”

 

 무릎이라도 꿇어서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지만, 나 돌과 시선이 마주치면서 말을 멈추었다. 아빠로서 할 짓이 아니었다. 독립운동의 정신적 지주인 홍암 나철의 후손으로서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당부하던 아빠의 자존심이 일어났다. 사내에게 맞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 시간을 끌어야겠다고 머리를 스쳤다.

 

 “집이 몇 호에요?”

 “403호.”

 “우리는 303혼데..... 윗집 아랫집 사이에 주차 문제로 치고 박고 싸우지 맙시다, 우리 아들 때린 건 잘못했다고 사과 하면, 지금까지 일은 없던 것으로 덮고 갈 꺼니까 그만 합시다, 돌이도 윗집 아저씨한테 막말한 건 사과 해야지.....”

 

 사내가 윗집에 살고 있다면 앞으로도 자주 보아야 하는데, 난감한 이웃을 만났다.

 

 “아직 정신을 못 차렸구나?”

 

 사내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보더니, 종운을 향해 왔다. 나돌이 사내의 옆구리를 두 팔로 감싸려고 잽싸게 몸을 날렸다. 사내가 피하면서 나 돌의 옆구리를 잡아 화단에 던졌다. 종운은 사내의 순간적인 동작이 보지도 못했지만, 나돌이 쓰러져 있었다. 술을 마셨음에도 사내의 순간 동작은 눈으로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나 돌이 화단에서 지르는 비명소리는, 종운을 두려움과 분노에 빠트렸다. 죽을 지도 모르지만, 덤비는 것이 아빠로서의 도리라고 마음을 다졌다.

 

 “죽엇!”

 

 종운이 사내의 가슴을 향해 머리를 박으며 앞으로 몸을 던졌다. 사내가 종운의 목을 잡아 휘둘러 화단에 던졌다. 종운이 나 돌의 앞에 떨어졌다. 나 돌이 앞에 쓰러진 종운을 일으키며 물었다.

 

 “괜찮아?”

 “응, 넌?”

 

 나 돌이 고개를 끄덕이며 종운을 보며 웃었다. 전방 초소에서 보초 설 때 멍하니 하늘을 보면 떠오르던 얼굴이 앞에 있었다. 그리움에 편지를 썼지만, 주소를 몰라 붙이지 못한 편지의 상대는 아빠였다. 아빠로서 종운은 가볍고 촐싹 맞았지만,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종운도 이빨을 드러내고 환하게 웃었다. 나 돌이 종운의 손을 잡았다. 종운이 나 돌의 두 손을 마주 잡고 흔들면서 웃었다. 두려움의 대상인 사내에 존재는 잠시 잊고, 그리움의 상대인 아들만 눈에 있었다. 종운은 나 돌을 품에 안았다.

 

 “미안해, 미안해 돌이야.....”

 “뭐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종운의 볼에는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서러움이 쏟아지며 흐느낌이 되었다. 종운의 울음소리가 커졌다. 나 돌의 눈가에 뜨거움이 흘렀다. 그러면서 굵은 눈물이 볼을 타고 내렸다.

 

 “뭐해, 빨리 차 빼!”

 

  2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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