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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철의 후예
작가 : 이돌
작품등록일 : 2018.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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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개미들의 반란
작성일 : 18-11-08     조회 : 362     추천 : 0     분량 : 5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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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개미들의 반란

 

 

 

 민지가 팔을 뒤로 했다, 앞으로 하면서 가위를 던졌다.

 

 “쉬~익!”

 

 가위가 허공을 가르며 날아 왔다. 종운은 깜짝 놀라서 눈을 질끈 감았다. 가위는 종운의

 머리 위를 지나 뒤로 날아가, 소파에 떨어졌다.

 

 “맞을 뻔했잖아, 진짜 왜 이래?”

 “몰라서 물어? 밖에서 주어 터지고도 맞았다고 말도 못하면서 아빠 노릇하려고? 꼴 보기 싫으니까 나가, 꺼지라고!”

 “불량한 이웃이라 우리 보호하려고 그런 건데, 맨 날 괴롭히면 어쩔라고?”

 “벼룩이 초가산간 걱정하고 있네, 핑계는, 변명 듣기 싫으니까 가라고!”

 “진짜야, 윗집 산다는데 맨 날 찾아오면 어쩌려고? 나도 억울하긴 하지만 참은 거야, 이제 우리 얘기 좀 하자, 민지야!”

 “우리 얘기? 꺼져! 안 나가면 경찰 부른다.”

 

 말을 마치자마자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누른다. 종운이 난감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쉰다.

 종운이 할 수 없다고 포기하고, 현관을 향해 가다 몸을 돌려 나 돌에게 말한다.

 

 “엄마는 아직도 화가 안 풀려서 말을 못 붙이겠다, 아빠가 하는 일이 그럭저럭 잘 되고 있 으니까 합치자고 전해, 그게 좋겠지?”

 “이혼 했잖아? 그래도 되는 거야?”

 

 나 돌은 반갑고도, 궁금해서 물었다.

 

 “이혼하고 결혼하는 건 자유지, 우리 집이 이렇게 된 건 아빠 잘못이 많아.... 잘 할게!”

 “여보세요, 경찰서죠? 신고 할게 있어서요.....”

 

 민지가 핸드폰으로 통화했다. 종운이 나 돌을 향해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를 만들고 웃으며 현관을 나갔다. 민지가 핸드폰을 끊었다.

 

 “신고 안했는데..... 다시 합치는 일은 없다!”

 

 민지는 나 돌에게 선언하고 돌아서 방으로 들어갔다.

 

 “엄마, 잘 생각해봐..... 난 그게 좋겠어.....요!”

 

 나 돌은 진지함을 실으려고, 말 끝에 ‘요!’를 크게 붙였다.

 

  *..*

 

 “이게 뭐에요?”

 “압류 딱지입니다.”

 

 집을 돌아다니면서 중년 남성 둘이 사각형에 빨간 도장이 찍힌 종이를 가전제품과 장롱에 붙였다. 엄마는 황망한 표정으로 중년 남성들을 바라보기만 했다. 나 돌이 고3이라 열성적으로 공부 할 때 였다. 이제껏 너무 놀았다고 반성하고, 공부 하려고 책을 들추었더니,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휠씬 많았다. 고교 3학년이 되던 학기 초부터 딴 사람이 되어 책하고 씨름을 하던 때였다.

 

 “우리 집이야?”

 

 2112호라고 적힌 아파트 현관에서 좋아서 엄마에게 물었었다. 아빠와 엄마가 열심히 돈을 모아 장만한 집이라고 엄마는 설명했다. 엄마는 외할아버지 집에서 지내느라 아빠가 힘들었다는 설명도 다정하게 해 주었다. 건설회사 현장에서 자재를 관리하던 아빠는 증권에 투자를 해서 재미를 봤다.

 

 “월급만 모아서는 집은 어림도 없어..... 노스트라나 운이라고 증권가에서는 유명한 닉으로 통해, 엄마가 말리지만 않았어도 더 많이 벌 수 있었는데.....”

 

 아빠는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나 돌에게 자랑을 늘어놓았다. 어떤 종목이 오를 건지 증권시세표를 보면 저절로 감이 온다고 했다. 이사 오고 난 뒤로 아빠의 얼굴을 보기 힘들어졌다. 밤새 술을 마시고, 엄마와 새벽에 싸우느라 잠을 설친 날이 많아졌다.

 

 “작전이 걸렸어.....”

 

 아빠에게서 문자가 왔다. 작전이 뭔지 몰랐다. 하지만 경찰이 아빠를 집 앞에서 잡아가고 난 후 아빠가 나 돌에게 보내 온 문자는 ‘작전이 걸렸어’ 였다. 경찰이 집에 찾아와 엄마에게 아빠의 범죄 내용을 설명했다. 아빠를 중심으로 증권에 투자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돈을 모았다. 일명 ‘개미들의 반란’이라는 작전명으로 주식에 투자했다.

 

 “캬오, 상한가 찍었다!”

 

 컴퓨터 앞에서 아빠는 두 팔을 벌리고 좋아하던 날이 많았다. 그런 날은 주머니에서 오만원권을 꺼내 나 돌에게 듬뿍 지어 주었다. 아빠가 상한가를 쳤다고 좋아하는 날이 많아질수록, 엄마는 걱정을 얼굴에 담았다. 망해가는 회사 주식을 매입해서 집중투자해서 가격을 올려놓고, 빠지는 일을 되풀이 하는 것이 작전의 내용이었다. 거기까지는 넘어갈 수 있었다.

 

 “저를 믿으세요,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빠는 걸려오는 전화에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건전한 회사의 주식을 대량매입해서 일정 기간에 집중적으로 팔기를 되풀이 하면서, 회사의 신용도에 문제가 있다는 소문을 퍼트렸다. 멀쩡한 회사가 증권가의 헛소문 때문에 휘청거렸다. 그럴 때 쯤 ‘개미들의 반란’이 개입해서 주식을 끌어 올렸다. 작전이 길어지면서 소문이 증권가에 퍼졌다.

 

 “개미들의 반란에 투자하면 대박이야!”

 

 소문은 증권가를 넘어 검찰에 퍼졌다. 검찰은 내사에 착수한지 두 달 만에 아빠를 구속시켰다. 아빠는 작전의 주범이었다. 아빠는 점쟁이를 해도 되겠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외할아버지 가게에 물건 사러 온 단골손님이 가고 난 후에 예언을 하곤 했다.

 

 “저 사람 심장마비로 죽겠는데.... 일주일이나 살려나.....”

 

 그러면 어김없이 단골손님의 장례식장이 어디라는 말이 들리곤 했었다. 우연히 고교 동창끼리 술자리에서 돈을 모아 주식에 투자하기로 했고, 아빠가 주도적으로 증권을 사고팔았다. 동창들의 인기와 믿음을 바탕으로 투자액을 불려 나갔다.

 

 “걸리며 클 나, 그만 해!”

 “증권은 합법이야, 걸리긴 뭐가 걸린다는 거야?”

 “올렸다, 내렸다를 조작하면 걸린다던데? 누가 모를 줄 알고...”

 “걱정 마, 티도 안 나게 치고 빼는 거니까, 통장 관리나 잘해!”

 

 엄마의 걱정은 사실이 되었다. 아빠의 예언은 늘 맞았지만, 자신의 미래는 알지 못했다.

 ‘개미들의 반란’ 이라고 포털에 기사가 뜨기도 했었다. 재판 결과는 징역 3년이었다.

 

 “이혼했으니 아빠는 잊어버려, 또 아빠 찾을 거면 너도 나가.....”

 “알았어....”

 

 고3때 아빠가 잡혀가고, 평수가 꽤 넓었던 아파트에서 쫓겨났다. 그리고 천호동 오래 된 주택가 막힌 골목 안 허름한 2층집 반 지하에서 엄마와 살게 되었다. 엄마는 외할아버지 걱정한다고 알리지 않았다. 식당에 취업해서 밤늦게 까지 일하고, 집에 오면 잠자기 바빴다. 나 돌은 생활체육과 준비한다고 윗몸 일으키기 하다가 허리를 접찔려, 재수를 했다. 어렵게 대학에 들어가고, 편의점 알바를 했다.

 

 “돌이야, 이게 뭐니....”

 

 밤늦은 시간에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데, 일본 형사 모자를 쓴 외할아버지가 찾아 오셨다. 그리고 카운터에 서 있는 나 돌을 껴안고 등을 두드렸다.

 

 “할아버지한테 말했어야지, 힘들지? 내 새끼.....”

 

 외할아버지 목소리에는 촉촉한 사랑이 듬뿍 담겼다. 그리고 엄마와 외할아버지 댁 1층으로 이사를 했다. 외할아버지는 엄마를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빚 갚을 필요 없어, 이혼해라.....”

 

 외할아버지는 엄마에게 빚을 갚으려면 평생 일해도 불가능하다고 이혼하라고 했다. 엄마는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받아 들였다. 그리고 나 돌에게 이혼했으니, 아빠를 찾지 말라고 선언했다. 외할아버지는 엄마를 친구가 운영하는 약국에 취업 시켰다. 엄마는 큰 약국에 근무하는 것에 자부심을 가졌다. 대학교 2년 다니고, 엄마의 생활이 정상이 될 무렵 군대에 갔다.

 

 “충성, 나 돌 전역하고 왔습니다, 어머니!”

 

 기쁜 마음으로 엄마에게 전역 인사를 했다. 그리고 며칠 뒤에 외할아버지의 도움으로 계단실 벽 페인트 색이 바랜 5층 아파트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아파트는 외할아버지네 댁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다. 외할아버지는 나 돌에게, 엄마 인생을 살게 하라고 말씀 하셨다.

 

 “엄마만 행복하면 저는 좋아요.”

 “그래야지,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사람은 혼자 살면 힘들어, 돌이가 잘해라.....”

 

 이사 하던 날 외할아버지는 엄마의 행복을 위해 아파트를 샀다고 했다. 그런데 아빠가 찾아 온 거였다. 나 돌은 엄마의 행복은 아빠이길 바랐다. 엄마는 아빠에게 단호했다. 사납게 굴어 딴 사람 같았다. 전에 볼 수 없었던 엄마의 모습이 낯설었다.

 

 “그게 좋으면, 너도 나가!”

 

 나 돌의 바람을 꺾으려는 듯, 방안에서 단호한 민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

 

 “어이, 이리 차!”

 

 노란 낙엽이 주차 된 차들 위를 뒹굴고 있었다. 나 돌은 학교 운동장 옆을 걸으면서 서수복이라고 밝힌 사내를 어떻게 이길지를 고민하고 걷는데, 축구공이 옆으로 굴러갔다. 나 돌은 공을 차줄까 하다가, 축구공이 차 밑으로 들어가 포기하고 걸었다.

 

 “야, 쫌 차주고 가!”

 

 앙칼진 여자 목소리가 나 돌의 고개를 돌리게 만들었다. 늘씬한 다리가 쭉 뻗었다. 아쉽게 다리를 감춘 흰 줄이 끝에 들어간 검정 반바지 위로는 좌우를 조인 허리는 가늘었다. 새카만 긴 머리가 어깨를 덮어서인지, 유난히 조그만 하얀 얼굴에 큰 눈은 검정 점으로 빛났다. 발목을 덮은 축구 스타킹조차 아름다웠고, 빨간 축구화는 귀여웠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은, 패인 허리에 두 손을 걸치고 나 돌에게 명령 했다.

 

 “나?”

 “너 말고 또 누가 있냐? 공 꺼내서 차!”

 

 여성의 목소리는 담담하고 절제 되어 위엄이 묻어 있었다. 나 돌은 차 밑에 걸려 있는 축구공을 보다가, 반말을 지껄이는 여성이 괘씸했다.

 

 “꺼내 가, 누구한테 명령이야.....”

 

 여성의 미모가 뛰어나 뒷말은 아꼈다.

 

 “그 정도는 당연히 해야지, 내 명령 듣는 것만으로 영광인 줄 알아, 얻어터지고 갖고 올래, 고운 말로 할 때 갖고 올래?”

 “흐흠, 웃겨! 안 갖고 오면? 못 갖다 준다!”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어..... 내가 친구쯤으로 보이니?”

 “누가 할 소리를..... 몇 학년이냐?”

 “너야 말로, 쪼그만 게 철이 없구나?”

 

 나 돌은 작은 키를 언급하면, 자동 발사 되었다. 팔을 머리 위로 올려 때리는 시늉을 하면서 으름장을 놓았다.

 

 “입 다물게 해줄까?”

 

 여성을 때릴 엄두가 나지는 않았다. 학교 전체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여성을 때릴 마음은 전혀 없었다. 여성은 나 돌 바로 앞에 섰다. 오똑한 코와 깊은 인중 밑에 두툼한 입술은 미모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범할 수 없는 아름다움의 극치였다.

 

 “까불어!”

 

 여성의 손이 나 돌의 따귀를 때렸다. 나 돌은 피할 겨를도 없이 맞았다.

 

 “뭐 이런 게 다 있어!”

 

 나 돌은 자동 반사적으로 발을 휘둘렀다. 여성이 맞기를 바라지는 않았지만, 물러날 수도 없었다. 여성은 나 돌의 발을 손으로 잡아, 밀었다 당겼다 하면서 약 올렸다.

 

 “이게 뭐니, 이 발로 날 찰라고? 멋모르고 까불면 너만 다쳐, 꼬맹아!”

 

 여성이 잡고 흔들든 다리를 휙! 던졌다. 나 돌은 가로등에 부딪치며 바닥에 쓰러졌다. 운동장에서 축구하던 학생들이 몰려 왔다.

 

 “잘못 걸렸다, 죽어나겠네.....”

 “여럿 혼났는데, 나 돌이 걸렸네.....”

 “축구 잘하면 봐 주던데, 쟤 축구 잘해요!”

 

 쓰러진 나 돌을 불쌍하게 생각하고 학생들이 거드느라 웅성거렸다. 나 돌은 우습게 보았다가는 망신당한다는 생각과 동시에, 벌떡 일어나며 주먹을 휘둘렀다. 여성은 피하지도 않고 나 돌의 팔목을 잡았다.

 

 “주먹? 느려터져 가지고 주먹질은, 너나 먹어라!”

 

 여성은 나 돌의 팔목에 힘을 가했다. 나 돌은 고통을 참느라고 인상을 찌푸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학생들은 원으로 둘러싸고 나 돌의 비참한 몰골을 감상하고 있었다.

 

 “아샤!”

 

 경쾌한 여성의 기합소리와 함께 퍽! 여성의 주먹이 나 돌의 면상에 박혔다.

 

 

 

  4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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