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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생각시의 살인교사
작가 : 기쁨을아는몸
작품등록일 : 2017.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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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꽃님이 (1) - ③
작성일 : 17-11-01     조회 : 38     추천 : 0     분량 : 6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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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 연산군 12년(서기 1506년) 9월 초하루 정오

 

 

 3. 꽃님이 (1) - ③

 

 

 창덕궁 후원의 부용지(芙蓉池).

 

 수면에 뜬 뭉게구름이 가을바람에 가만히 옆으로 밀려난다. 수면 위로 쏟아져 내리는 햇살이 빛의 방울이 되어 사방으로 튄다. 자개 빛깔의 꼬리를 뽐내며 서로를 희롱하던 실잠자리들은 별안간 날아드는 빛의 화살들을 피하느라 정신이 아득해질 지경이다. 그 중 한 마리가 연못가 모퉁이의 그늘을 발견하고 날아간다. 그때 연잎 위에서 초록색의 몸을 숨기고 있던 개구리가 긴 혀를 날름 내밀어 실잠자리를 잡아챈다. 실잠자리는 개구리의 목구멍 속으로 꿀꺽꿀꺽 들이 삼켜질 때마다 날개가 버석거리며 구겨진다.

 

 꽃님은 연못가 한 귀퉁이에 있는 돌덩이 위에 앉아 그 모습을 멀거니 바라보고 있다. 갈래진 생머리가 가을 햇살에 까맣게 빛을 내며 타들어 간다. 문득 나이 서른도 안 돼 청상이 된 어미가 밤마다 장독대 옆에서 구슬피 부르던 노래가 생각나 불러본다.

 

 

  - 오라버니 손잡고 무지개 저편에서

  - 오손도손 정답게 천년만년 살고파

 

 

 그때 한 사내가 꽃님의 등 뒤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얘, 거기서 뭐해?”

 

 꽃님은 노래를 하다 말고 흠칫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서너 발치 뒤에서 내관 복장을 한 젊은 사내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꽃님을 바라보고 있었다.

 

 “노래 좋네? 그거 무슨 노래야?”

 

 사내는 그러면서 꽃님에게 한발 더 다가섰다. 꽃님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도망칠 구석을 찾기 위해 사내의 양 옆을 힐끔댔다. 하지만 해를 등진 채 앞을 가로막고 서 있는 그 사내는 왜소하고 가는 체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꽃님에게만은 너무 커 보였다. 어느 쪽으로 달려가든 사내가 손만 뻗으면 금방 붙잡혀버릴 것만 같았다. 사내는 자기를 보자마자 대뜸 경계부터 하는 꽃님의 모습이 어리둥절했다.

 

 “왜…… 그래? …… 야, 그러다 빠져!”

 

 꽃님은 뒤를 돌아봤다. 정말로 한걸음만 더 뒤로 물러나면 연못이었다. 겁에 질린 꽃님은 발밑과 사내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봤다. 얼굴엔 불안하고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

 

 한편 어떻게 하면 꽃님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사내는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자신의 옷섶을 뒤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의 품에선 아이 조막만한 크기로 잘 싸여진 하얀 보자기 덩어리가 나왔다. 사내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앉아 꽃님에게 눈을 맞추며 그것을 내밀었다.

 

 “이거 먹을래?”

 

 그러나 사내의 바람과는 달리 꽃님은 찔끔하며 반걸음 더 뒤로 물러나버렸다. 꽃님의 눈에 사내의 손 위로 지난 밤 임금이 내밀었던 손이 겹쳐져 보였다. 순간 꽃님의 머릿속으로 지난 밤 임금이 자신의 손목을 잡아챈 이후에 일어났던 일들이 섬광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사내는 경기를 일으키는 꽃님을 보고는 더 이상 뜸을 들여선 안 되겠다 싶어 얼른 보자기를 펼쳤다. 그러자 그 안에서 하양, 연두, 노랑, 분홍의 줄이 아로 새겨진 무지개떡이 드러났다. 꽃님의 시선이 사내의 얼굴에서 떡으로 옮겨갔다. 그와 함께 곧 숨이 넘어갈 것만 같았던 꽃님의 호흡도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다.

 

 “떡 좋아하는구나? 자, 이거 받아. 어서.”

 

 하지만 꽃님은 여전히 망설이며 떡과 사내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봤다. 사내는 그러고 있는 꽃님의 얼굴 위로 익숙한 어떤 여자 아이의 얼굴이 겹쳐져보였다. 이에 더욱 다정다감한 목소리로 꽃님에게 말했다.

 

 “네가 어렸을 적 내 동무랑 많이 닮아서 그런 거니까 걱정 말고 받아. 얼른.”

 

 눈치를 살피던 꽃님은 그제야 양손으로 떡을 보자기 채 날름 넘겨받고는 품으로 꼭 당겨 안았다.

 

 “이름이 뭐야?”

 

 “…….”

 

 “몇 살이야?”

 

 “…….”

 

 “혹시 말을 못하는 거야?”

 

 “……꽃님 …… 8살 …….”

 

 꽃님은 그러면서 무지개떡을 한 입 앙하고 깨물었다. 작은 입으로 오물거리는 모습이 영락없는 8살 여자 아이의 모습이었다. 사내는 그제야 마음을 놓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이름은 ‘동원’이야, ‘강동원’. 난 수라간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떡 같은 간식은 얼마든지 구할 수가 있거든? 그러니 매일 이때쯤 여기로 오면 내가 맛있는 걸 갖다 줄게. 알았지?”

 

 그러자 꽃님은 비로소 동원을 올려다보며 배시시 웃었다. 작고 하얀 치아 사이로 아직 다 삼키지 못한 떡 조각이 살짝 드러나 보였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웠던지 동원의 눈가로 싱긋이 눈웃음이 번졌다.

 

 “어이구, 웃으니까 더 예쁘네?”

 

 동원은 그러면서 꽃님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꽃님은 저도 모르게 눈이 찡긋 감기며 어깨가 살짝 움츠러들었다. 동원의 손은 포근했다. 그 손에서 전해지는 온기에 어젯밤 이후 내내 앓아오던 꽃님의 냉가슴이 한순간에 눈 녹는 것처럼 녹아내리는 듯했다.

 잠시 후 동원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난 가봐야겠다. 또 보자.”

 

 얼마 지나지 않아 저만치 앞에서 가던 동원의 뒷모습이 마침내 꽃님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꽃님은 동원이 쥐어준 무지개떡을 다시 바라본다. 하양, 연두, 노랑, 분홍의 빛깔이 층층이 어여쁘다. 어디에서 왔는지 실잠자리 한 마리가 꽃님의 머리 위로 날아든다. 그러더니 그 위에서 수줍은 듯이 다가왔다 멀어졌다를 반복하다 이내 꽃님의 머리에 첩지를 올려주듯 배씨댕기 위로 내려앉는다.* 가을바람이 꽃님의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간다. 실잠자리의 은빛 날개와 자개 빛깔의 꼬리가 바람결을 따라 가을 햇살에 반짝인다.

 

 

 - § -

 

 

 창덕궁 대조전** 구석의 행랑채.

 

 한 줄로 늘어선 십여 명이 나인들이 쭈뼛쭈뼛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수군거리고 있었다. 나인들 옆으로는 꽃님과 다른 2명의 생각시들도 불려와 서 있었다. 꽃님은 이곳에 온 이후로 자꾸만 어젯밤일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눈을 아래로 내리깐 채, 앞으로 모아 포개고 있던 손을 연신 만지작거렸다.

 

 불안해하는 건 꽃님뿐만이 아니었다. 모두들 자신이 불려온 이유를 알 수가 없어 정 상궁의 얼굴만 힐끔거리고 있었다. 정 상궁은 그런 어수선한 분위기가 영 기분에 거슬렸다.

 

 “건넛방에 중전 마마께서 계시느니라! 소란을 피웠다간 그 즉시 경을 칠 것이야!”

 

 정 상궁의 불호령에 나인들은 찔끔하며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정 상궁은 아주 엄하다 못해 싸늘하기까지 한 표정으로 나인들의 앞을 사열하듯 왔다 갔다 했다. 그러면서 나인들의 얼굴이며 차림새 등을 유심히 살피더니, 돌연 한 나인의 앞에 멈춰서며 물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나인은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금, 금영이라 하옵니다.”

 

 “올해 열여덟이 맞느냐?”

 

 “예? 예…….”

 

 그런데 금영을 아래위로 찬찬히 뜯어보던 정 상궁은 대뜸 문 옆에서 대기 중이던 두 의녀들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자 그 둘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후다닥 금영의 양 옆으로 달려와 팔을 덥석 붙들었다. 당황한 금영은 곧바로 정 상궁의 얼굴을 쳐다봤다.

 

 “마, 마마님?”

 

 그러나 정 상궁은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채 의녀들에게 한 번 더 눈짓을 했고, 의녀들은 그대로 금영을 밖으로 끌고 나갔다.

 

 “마마님! 마마님! …….”

 

 그 광경을 지켜본 나인들과 생각시들은 다시금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또 어김없이 정 상궁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네 이년들! 정녕 누구 하나 물고를 내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정 상궁의 날 선 호통에 행랑채는 다시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건넛방으로 끌려온 금영은 방 한 가운데에 홀로 세워졌다. 금영은 잔뜩 주눅이 든 표정으로 주변을 힐끔거렸다. 앞에 놓인 책상 너머로는 중전이 지엄한 얼굴을 한 채 의자에 앉아 있었다. 금영의 등 뒤로는 커다란 횐 천이 커튼처럼 드리워져 있었는데, 그 양 쪽으로 내의녀와 의녀 4명이 서 있었다. 이윽고 중전이 내의녀에게 명하였다.

 

 “시작하게.”

 

 “예, 마마.”

 

 내의녀는 금영에게 흰 천 뒤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리 들어가거라.”

 

 하지만 금영은 선뜻 발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내의녀는 꾸물대는 금영을 재차 다그쳤다.

 

 “어허, 어서 오지 못하겠느냐? 중전 마마 앞이니라!”

 

 내의녀의 호통에 찔끔한 금영은 결국 머뭇머뭇 흰 천 뒤로 돌아들어갔다. 그러나 곧 흠칫하며 멈춰 서고 말았다.

 

 거기엔 온통 새까맣게 옻칠이 된 커다란 의자가 하나 놓여 있었는데, 등받이가 뒤로 크게 젖혀져 있고 팔걸이가 앞으로 길게 뻗어 나오며 양옆으로 벌어져 있는 것이 한눈에 봐도 괴이하였다. 금영의 눈엔 흡사 거대하고 시커먼 거미가 바닥에 드러누운 채 다리를 활짝 벌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금영이 멈칫하자 의녀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일제히 금영에게 달려들어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히익! 뭐, 뭣들 하는 겁니까? 마마! 중전 마마!”

 

 그러나 저항도 잠시, 금영은 순식간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되어 양 손으로 젖가슴과 음부만 겨우 가린 채 서 있는 처지가 돼버렸다.

 

 내의녀가 의녀들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자 의녀들은 금영을 의자에 끌어다 앉힌 다음 등받이 위로 밀쳐서 눕혔다. 그러고 나서 2명은 금영의 어깻죽지를 눌러 못 움직이게 하고, 다른 2명은 금영의 다리를 확 벌려 양 팔걸이에다 올려놓은 다음 꽉 붙들었다. 순식간에 출산할 때와 같은 망측한 자세로 꼼짝 못하게 돼버린 금영은 대번에 하얗게 질려서 팔다리를 버둥거렸다.

 

 “이익! 익!”

 

 그때 금영의 벌어져 있는 가랑이 사이로 내의녀가 불쑥 들어왔다. 금영은 기겁하여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 했다. 그러나 내의녀는 그에 아랑곳 않은 채 금영의 음부에 얼굴을 바짝 대고 앉아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내의녀의 손가락이 금영의 은밀한 곳에 닿았다. 금영은 흠칫 놀라 발버둥을 쳤다.

 

 “히익!”

 

 하지만 그럴수록 금영의 팔다리를 누르고 있는 의녀들의 손에도 더욱 힘이 들어갔다. 금영을 살피던 내의녀의 손놀림 또한 오히려 더 거침이 없어졌다. 잠시 후 검사를 끝낸 내의녀가 중전 앞으로 나아가 고했다.

 

 “마마, 이 아이는 처녀가 아닌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순간 중전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뭣이라? 틀림없는 사실이렸다?”

 

 “예, 마마. 음(陰‧음부)을 살펴보니 금사(金絲‧처녀막)가 끊겨 있고 계안(鷄眼‧돌출부)이 거무스름한 것이 남자와 여러 번 교접했음이 틀림없어 보이옵니다.”

 

 격노한 중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이 요망한! 여봐라, 저 년을 당장 끌어내라!”

 

 중전의 불호령에 의녀들은 금영을 겉옷만 대충 입히고는 밖으로 끌어냈다. 금영은 사색이 되어 중전 쪽을 돌아보며 몸부림쳤다.

 

 “마마! 중전 마마! 살려주시옵소서! 억울하옵니다! 마마! 마마! …….”

 

 난데없는 소란에 건넛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다른 나인들과 생각시들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이 꿀꺽 넘어갔다. 잠시 후 금영의 목소리가 멀어지고 소란이 잦아들자, 정 상궁은 턱으로 다음 나인을 가리키며 의녀들에게 명했다.

 

 “이 아이를 데려가거라.”

 

 그렇게 한명씩 차례차례 건넛방으로 가기를 십여 차례. 두 식경이 지나자 방에는 건넛방에서 무사히 검사를 마치고 다시 돌아온 10명의 나인들과 아직 차례가 돌아오지 않은 꽃님이, 그리고 다른 생각시 2명만 남게 되었다. 그때 건넛방으로부터 한 나인이 들어와 정 상궁에게 말했다.

 

 “마마님. 중전 마마께서 생각시들을 모두 한 번에 들이라 하십니다.”

 

 “그래? 알았다. …… 너희들은 따라오너라.”

 

 그러면서 정 상궁은 앞장서 방을 나갔다. 생각시들은 처음엔 누구 하나 선뜻 따라 가지 못하고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더 머뭇거렸다가는 자칫 또 불호령이라도 떨어질까 두려워진 나머지 결국 줄줄이 정 상궁의 뒤를 따라 나섰다.

 

 건넛방으로 들어간 생각시들은 서로 바짝 붙은 채 중전 앞에 나란히 섰다. 모두들 고양이 앞의 생쥐들처럼 잔뜩 겁을 집어먹은 표정이었다. 생각시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유심히 살펴보던 중전이 돌연 꽃님에게 말을 걸었다.

 

 “제일 왼쪽의 네 이름이 무엇이냐?”

 

 느닷없는 질문에 꽃님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저, 저 말이옵니까?”

 

 그러자 이번에도 어김없이 정 상궁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네 이년! 어느 안전이라고 말대꾸를 하는 것이냐! 어서 네 이름을 고하지 못할까?”

 

 꽃님은 움찔하며 얼른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

 

 “소, 소녀 꽃님이라 하옵니다.”

 

 “그래? 꽃님이라…… 고운 이름이구나.”

 

 순간 꽃님의 눈동자에서 파문이 일었다.

 

 

  - 고운 이름이구나.

 

 

 불현듯 전날 밤 임금이 자신의 팔을 덥석 잡아채기 직전에 이 말을 하던 모습과 조금 전 중전이 이 말을 하던 모습이 꽃님의 뇌리에서 겹쳐졌다. 꽃님은 덜컥 겁이 났다. 갑자기 누가 심장을 콱 움켜쥔 것처럼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이러다 곧 의식을 잃고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때 마침 꽃님을 꼼꼼하게 살피던 중전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정 상궁.”

 

 “예, 마마.”

 

 “이 아이로 하겠네.”

 

 “하오면 당장 검사를…….”

 

 정 상궁의 말에 중전은 꽃님이를 한 번 더 쳐다봤다. 아무리 사직을 위해서라지만 곧 목숨을 잃을 어린 것이 문득 측은하게 느껴졌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는가? 이제 고작 8살인데.”

 

 “예.”

 

 “그럼 난 중궁전으로 먼저 돌아갈 테니, 자네는 오늘 밤 일을 마치고 나서 결과를 알리러 오게.”

 

 “예, 마마.”

 

 “윤 상궁, 가세.”

 

 “예, 마마.”

 

 중전은 그렇게 정 상궁만 남겨둔 채, 윤 상궁과 나인들을 거느리고 교태전으로 돌아갔다. 꽃님은 방을 나서는 중전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옆으로 물러났다. 어젯밤의 일이 자꾸만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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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씨댕기: 조선시대, 어린 여자 아이들이 앞가르마 위에 얹어 머리를 치장하던 헝겊 장식

 * 첩지: 성인이 된 궁중이나 내․외명부의 여인들이 쪽머리 가르마 위에 얹어 머리를 치장하던 장신구. 궁중 나인들의 경우 생각시가 18세가 넘어 정식으로 나인이 되었을 때 관례(冠禮)의 의미로 왕으로부터 첩지를 받게 된다.

 

 ** 창덕궁에서 중전의 처소로 쓰이던 전각. 경복궁의 교태전에 상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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