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공포물
[완결] 생각시의 살인교사
작가 : 기쁨을아는몸
작품등록일 : 2017.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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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꽃님이 (2) - ③
작성일 : 17-11-06     조회 : 29     추천 : 0     분량 : 4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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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꽃님이 (2) - ③

 

 

 승호는 동원이 필요 이상으로 오래 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자식 자판기 찾으러 어디까지 간 거야?”

 

 그러면서 동원이 갔던 쪽을 살펴보는데, 문득 복도 끝 쪽에서 익숙한 얼굴의 남자가 서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아아 이름이…… 이름이 …… 아아 뭐였더라 …… 아!’

 

 “거기 혹시 민철?”

 

 그러자 남자가 승호 쪽을 돌아봤다. 얼굴 정면을 본 승호는 확신이 생겼다.

 

 “야, 맞구나! 이게 몇 년 만이야?”

 

 승호는 반가운 마음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민철에게로 다가갔다. 그러나 민철은 뭔가 얼빠진 사람처럼 해가지고는 계속 주변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승호는 민철의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

 

 “와 정말 오랜 만이다, 너.”

 

 그러면서 악수를 하던 승호는 민철의 목에 직원 신분증이 걸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너 국회에 있었어? 그럼 연락하지 않고. 나 여기 있는 거 몰랐어?”

 

 하지만 민철은 여전히 딴 곳에 정신이 팔린 채 건성으로 대답했다.

 

 “네? 네 …….”

 

 그 사이 승호 뒤를 따라온 승희가 궁금해 하며 물었다.

 

 “오빠, 이 분 누구야?”

 

 “아 그래, 넌 처음 보지? 이쪽은 내 고등학교 후배 신민철. 이쪽은 내 동생 승희. 김효영 의원실의 비서로 일하고 있어.”

 

 승희는 반갑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하지만 민철은 승희 또한 한번 힐끔 쳐다보기만 한 뒤, 계속 불안한 눈빛으로 주변만 두리번거렸다.

 

 “아, 네…….”

 

 그러던 와중에 승희는 민철의 왼손에 싸매져 있던 손수건에 피가 묻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민철 오빠, 손 다쳤어요?”

 

 민철은 화들짝 놀라며 손을 뒤로 감췄다.

 

 “아, 아니 …….”

 

 그러고 보니 승호의 눈에도 민철의 안색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야, 너 많이 다친 거 아냐? 땀은 또 왜 이렇게 흘려?”

 

 그러면서 승호가 손으로 민철의 이마를 닦아주려 하자, 민철은 움찔하며 고개를 옆으로 피했다.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손만 살짝 긁힌 것뿐이에요.”

 

 그런 민철을 보고 있자니 승호는 갑자기 예전의 일이 생각났다.

 

 “야, 너 혹시 요즘도 신들리고 그러는 거 아냐?”

 

 그러자 민철은 대뜸 정색을 하며 펄쩍 뛰었다.

 

 “아니에요!”

 

 민철의 격한 반응에 승호는 괜스레 무안해졌다.

 

 “야, 아니면 아니지 왜 그렇게 정색을 하고 그래?”

 

 그걸 본 승희는 문득 호기심이 생겼다.

 

 “오빠, 혹시 무당 같은 사람이에요?”

 

 민철은 대답을 망설였다.

 

 “그, 그게 …….”

 

 그러자 승호가 대신 대답했다.

 

 “얘 어머님이 무당이셨어. 그것 때문에 학교 다닐 때 애들한테 놀림도 많이 당했는데. 집안 내력인지 얘도 귀신같은 것엔 꽤나 예민했었고.”

 

 그 말에 승희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와아. 오빠, 그럼 귀신도 볼 수 있어요?”

 

 민철은 손사래를 쳤다.

 

 “아, 아니, 요즘엔 안 그래요.”

 

 그때 민철의 와이셔츠 주머니에 카드 뭉치가 들어 있는 것이 승희의 눈에 띄었다.

 

 “응? 그거 뭐예요?”

 

 “에? 아, 타로 카드요.”

 

 승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타로 카드요? 와아, 타로 점도 볼 줄 알아요? 저도 좀 봐줄 수 있어요?”

 

 그렇게 막무가내로 보채며 다가서는 승희에게 민철은 쩔쩔맸다.

 

 “그, 그게…….”

 

 그때 저 쪽에서 동원이 나타났다. 동원은 손을 흔들며 승희와 승호를 불렀다.

 

 “승희야! 형!”

 

 둘은 나란히 동원 쪽을 돌아봤다.

 

 “오빠!”

 

 “야, 넌 도대체 어디까지 갔다 온 거냐?”

 

 동원은 미안한 마음에 대답 대신 얼른 둘에게로 다가가 음료부터 내밀었다.

 

 “아 미안 미안. 여기 콜라. 승희는 주스고, 그리고 나도 주스…….”

 

 주스를 건네받던 승희는 아까부터 동원의 바지자락을 앙증맞은 손으로 꼭 붙잡고 서 있는 꽃님에게 눈길이 갔다.

 

 “오빠, 이 아인 누구?”

 

 “아, 낮에 어린이 민요 합창단인가 뭔가에서 와서 공연했었잖아? 그쪽 일행인 것 같은데 길을 잃었나봐. 지하 예배당에 있더라고.”

 

 민철은 귀가 번쩍 뜨였다. 반면 안쓰러운 마음이 든 승희는 꽃님의 앞에 쪼그려 앉아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저런, 늦은 시간에 혼자 많이 무서웠겠구나? 이름이 뭐야?”

 

 하지만 꽃님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런 승희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

 

 그때 꽃님의 눈에 승희의 모습 위로 궁녀 복장을 하고 승희와 쌍둥이처럼 닮은 얼굴을 한 어떤 여자의 모습이 겹쳐져 보였다.

 

 그렇게 꽃님이 승희를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자, 동원이 대신 대답했다.

 

 “꽃님이래. 8살이고. 낯을 좀 가리는 것 같아. 이름 귀엽지?”

 

 “꽃님이? 와, 정말 고운 이름이구나.”

 

 순간 꽃님의 눈동자가 커지면서 중심에서부터 휘둥그렇게 파문이 일었다. 그와 동시에 승희의 얼굴 위로 그 옛날 임금과 중전이 자기의 이름을 칭찬하며 말하던 얼굴이 차례로 겹쳐져 보였다.

 

  - 고운 이름이구나.

 

 꽃님은 갑자기 불안한 듯 눈알을 좌우로 정신없이 굴리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러다 문득 자신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던 민철과 눈이 마주쳤다. 순간 꽃님의 표정이 싸늘하게 돌변했다. 동원이 조금 전 예배당에서 꽃님을 처음 목격했을 때의 바로 그 모습이었다. 민철은 움찔했다. 그러나 꽃님이 돌변하는 것을 알아챈 이는 민철 뿐이었다. 그 외의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여전히 낯을 가리고 있는 귀여운 어린아이로 보일 뿐이었다.

 

 꽃님은 민철을 향해 씽긋 웃어 보였다. 그러더니 이내 입술 사이에서 피를 좌르륵 토해냈다. 턱에서 목을 타고 흘러내린 피는 눈 깜짝할 사이에 저고리까지 온통 붉게 물들였다. 기겁한 민철은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벌러덩 나자빠졌다.

 

 “으악!”

 

 동원, 승희, 승호는 덩달아 깜짝 놀라 민철 쪽을 쳐다봤다. 민철은 공포에 질린 얼굴을 하고 꽃님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였다. 도망가 보려고 팔다리를 마구 허우적대봤지만, 필사적인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제자리에서만 버둥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승호는 민철이 또 옛날처럼 귀신 병이 도졌나 싶었다.

 

 “민철아, 너 아직도 그 병 안 고쳐진 거야? 정신 차려봐!”

 

 민철은 벌벌 떨며 손으로 반대편을 가리켰다. 승호, 승희, 동원은 민철이 가리키는 쪽을 쳐다봤다. 하지만 거기엔 꽃님이 서 있을 뿐이었다. 양손에 녹차 캔과 떡을 들고 있는 순하고 여린 얼굴의 꽃님이가. 하지만 민철의 눈엔 꽃님이 섬뜩한 모습으로 자기에게로 점점 다가오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한참을 버둥대던 민철은 어느 순간 겨우 몸을 가눌 수 있게 되자 허둥대며 일어나더니 곧장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

 

 “이힉! 으아아악……!”

 

 승호와 승희는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 둘과 달리 동원의 표정은 살짝 굳어져 있었다. 조금 전 예배당에서 봤던 광경 때문인지, 민철이 꽃님을 가리키며 두려워하는 모습이 자꾸만 마음에 쓰였다. 동원은 승호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저 사람 누구야?”

 

 “어? 내 고등학교 후밴데…….”

 

 그러나 승호는 민철이 사라진 방향 쪽으로 정신이 팔려 있느라 이야기를 마저 끝내지 못했다. 그러자 승희가 대신 대답했다.

 

 “어머니가 무당이셨대. 그래서 옛날부터 귀신이 보이고 그랬다나봐.”

 

 귀신이라는 말에 동원은 순간 꽃님이 서 있는 쪽의 다리에서 오싹한 기운이 올라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에 흠칫 놀라며 한 발짝 옆으로 물러나서 꽃님을 쳐다봤다. 그러나 꽃님은 순하디 순한 눈망울로 동원을 우러러보고 있을 뿐이었다. 동원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내가 너무 예민했나?’

 

 하지만 마음 한 구석은 여전히 개운치가 않았다. 그때 승희가 다시 생각난 듯 꽃님에게 말했다.

 

 “아참, 꽃님아. 이제부턴 언니랑 같이 있자. 언니가 집에 데려다 줄게. 알았지?”

 

 그런데 꽃님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던 승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승희에게 말했다.

 

 “근데 얘 얼굴 너 어렸을 때랑 좀 닮은 것 같지 않아?”

 

 듣고 보니 승희의 눈에도 그렇게 보이는 듯했다.

 

 “응? 그런가? 오빠, 오빠 눈에도 그렇게 보여?”

 

 승희의 말에 동원도 꽃님의 얼굴을 새삼 유심히 살펴봤다.

 

 “어? 글쎄 …….”

 

 그러고 보니 동원의 눈에도 전에 사진으로 봤던 승희의 어렸을 적 모습과 꽃님이 정말 많이 닮아 있는 듯 보였다. 그런데 그걸 깨닫고 나니 좀 얼떨떨하고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 ……네 …….”

 

 동원까지 그렇게 말하자, 승희는 부쩍 더 애틋해하며 꽃님을 품에 꼭 끌어안았다.

 

 “우리 꽃님이, 오늘 이렇게 언니랑 만나게 된 것도 인연인가 보다. 그치? 언니가 잘 돌봐줄게. 아이구, 이뻐라.”

 

 그러나 승희에게 안겨 있는 동안에도 꽃님의 시선은 내내 동원만 향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동원은 꽃님의 그런 시선이 왠지 모르게 불쑥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티를 낼 수는 없었기에 슬그머니 고개만 옆으로 돌렸다. 그때 별안간 로텐더 홀 쪽이 소란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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